4.15 총선이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처리문제가 정국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확보라는 총선결과가 확인되자마자 정치권의 탄핵철회문제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고 원내 제3당의 위치를 확보한 민주노동당도 탄핵철회를 위한 여야3당대표회담을 제의하면서 가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전에 정치적인 해법도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도 담화문을 통해 "비정상적인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며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현상황의 조기종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정치권의 탄핵철회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탄핵철회문제에 대한 정치적 접근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권이 이처럼 전방위로 탄핵철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국회과반수 확보를 통해 국정주도권을 확보했지만 노 대통령의 복귀가 최우선적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헌재판결이 조기에 종결되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의 쇄신 등 국정장악도 어렵다.
또한 정치권이 탄핵안 철회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헌재의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총선결과는 헌재의 탄핵심판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표가 끝난 직후 방송사들의 출구조사결과가 일제히 발표되자 열린우리당의 영등포당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이제 살았다"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번 총선을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규정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과반확보를 통해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민심이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탄핵문제를 정치권이 조기에 종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 대표는 곧바로 한나라당의 전격적인 탄핵안철회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그 문제는 이미 헌재로 넘어간 일이기 때문에 헌재의 판단을 우리가 기다리고 존중해야 된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박 대표의 완강한 입장에 따라 정치권의 탄핵안철회를 통한 대통령직무정지상태의 조기종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기류가 정치적인 접근을 완강하게 거부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탄핵안이 가결되든 기각되든 헌재판결이 날 경우 국론분열과 혼란이 불가피한데다 기각될 경우에도 탄핵안가결을 주도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총선에 이어 다시한번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아직까지는 한나라당과 같은 보조를 취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철회주장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나서서 먼저 탄핵안을 철회하자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노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접근할 경우 정치적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탄핵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대두되자 헌법재판소는 16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재판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윤영철 헌재소장은 이날 "탄핵 철회 등 일부 정치권의 메시지를 재판에 반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오는 29, 21일 측근비리혐의와 관련, 안희정씨외 최도술씨 등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전통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법적규정이 불분명한 탄핵철회를 추진하기보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정치권이 어떤 해법을 도출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문제는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인 지난 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총선과 재신임문제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물론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지 못했지만 열린우리당 정 의장은 120-130석을 확보하면 재신임받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측은 재신임문제에 대해서도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결정에 따라 재신임문제도 동시에 소멸될 것이라는 것이 여권의 일반적인 기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 여당의 총선 압승을 계기로 '탄핵심판 철회'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헌법재판소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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