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물건을 훔쳐 팔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물건을 훔칠까 하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도서관을 돌며 13개월 동안 무려 120여회에 걸쳐 1억5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경산경찰서 형사들에게 붙잡혀 구속된 박모(34)씨. 지방대 중퇴생인 박씨는 대기업 계열사 월급쟁이로 근무하다 부모가 세상을 뜨면서 유산으로 대형 식당을 차린 적도 있었다. 제법 많은 돈을 만져보기도 했지만 경영 미숙으로 끝내 돈을 다 까먹었다. 그는 재취업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 도서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한 대학원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생활비와 용돈도 다 써버렸다.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급기야 그는 스스로 용돈을 벌겠다(?)며 도서관에서 남의 지갑을 훔쳤다. 그러나 학생들 지갑이라고 해봐야 몇천원, 몇만원 밖에 없어 돈이 안됐다. 박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전자수첩, MP3플레이어 등을 훔쳐 대학생들에게 싼 값에 파는 직거래를 했다. 용돈을 쓰기 위해 싼 값에 판다고 하자 잘 팔려나갔다. "쉽게 돈을 벌게 되자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훔치는 물건이 늘어나자 직거래를 통해 다 처분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그는 훔친 물건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올렸다. 값이 쌌기 때문에 쉽게 팔렸다.
그는 "2, 3일에 한번씩 값 나가는 물건 한 개 훔쳐 팔면 생활비도 쓰고 애인에게 돈도 타 쓰지 않아도 됐다"며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더욱 도둑질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시가가 2천500만원, 3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바이올린 2대를 훔친 뒤 경매사이트를 통해 각각 400만원, 500만원에 팔기도 했다. 명품 가방, 전자사전, 디지털 카메라 등 닥치는대로 훔쳐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올린 물건을 보고 구매 의뢰가 들어오면 입금을 확인하고 물건을 우송해 주었다. 그가 거래한 통장에는 이같은 장물 거래를 한 사람이 160여명에 달할 정도로 고객(?)들로 넘쳐났다.
"돈을 쉽게 벌 수 있게 되자 물건을 훔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습니다". 박씨의 범행을 더욱 부추긴 것은 피해자들의 태도. 박씨는 "대부분 피해자들이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기 어렵다며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일년 넘게 도둑질을 해도 붙잡히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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