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잔해 처리에 달구지까지 동원...참혹한 현장

엿가락 휜 열차...마치 폭격 당한 듯

'궤도를 완전 이탈해 엿가락처럼 휜 열차, 십여

m나 패인 구덩이, 지붕째 날아가 버린 가옥들, 애처로운 어린아이의 눈빛..'

북한 평북 룡천역 열차 폭발사고 현장은 당시의 아수라장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처참했다.

유럽연합인도주의업무국(ECHO)의 데이비드 힐이 사고 이틀 뒤인 24일 찍어 평양

에 사무소를 두고 대북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인도

주의개발자원센터(HDRC)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에는 처참한 장면들이 생생했다.

사진에는 당시 인화물질의 폭발력을 보여주듯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버려 나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단층 가옥과 완전히 무너진 벽돌 담으로 넘쳐났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한 가옥들도 부서진 지붕의 기와가 산산이 흩어져 있는데다

지붕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볏짚이 나뒹구는 등 시멘트와 벽돌, 기와 등의 건물

잔해로 인해 주택가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마저 구분되지 않았다.

4층짜리 건물인 룡천소학교의 3-4층은 폭격을 맞은 듯 '폭삭' 내려 앉았고 외벽

은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뜯겨져 나갔다. 유리창 한장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특유의 새빨간 천에다 흰색 글씨로 쓴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는 플래카드만 을씨년

스럽게 세로로 길게 늘여뜨려져 있었다.

사고 직후 쓸만한 물건들을 모두 끄집어 낸 듯 '폭격당한' 학교 앞에는 노란색

나무 책.걸상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군데군데 컴퓨터 모니터와 학습용 현미경도

보였다.

또 다른 3층짜리 건물 양날개도 잘려져 흉물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복구를 하고 있으나 엄청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몇

대의 구형 트럭과 굴착기 등만 보일 뿐 복구장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잔해 처리에는 달구지까지 동원됐다. 특히 여성들도 섞여있는 복구인원 거의 모

두가 맨손이었다. 한 여성은 이번 사고로 인한 것인지 장갑이 없어서인지 천으로 손

을 둘둘 말고 있었다.

복구장비가 부족한 탓인지 일하는 모습보다는 망연자실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

외부로부터 장비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복구가 상당히 더딜 것임을 암시했다. 외부지

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군데군데 폭발의 충격으로 날아온 듯한 열차 바퀴로 추정되는 동그란 쇳덩이와

종이처럼 구겨진 쇳조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북한 인민군이 복구에 투입된 듯 붉은 깃발을 단 군용지프도 보였으나 복구 모

습 뒤편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특히 사고열차로 보이는 한 열차가 궤도를 완전 이탈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고

맨 끝부분의 완파된 한 량의 열차 주변은 10여m 가량 구덩이가 깊이 패여있어 사고

당시의 충격을 짐작케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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