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내자원봉사자 헌신적 도움 올 13년째 시각장애인의 행복한 산행

시각 장애인 250여명과 안내 자원 봉사자 250명이 25일 손잡고 갓바위에 올랐다.

오전 10시30분 산행을 시작해 오후 2시30분이 돼서야 끝났다.

갓바위는 건강한 사람에게 1시간 남짓이면 오르내릴 높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4시간 거리였다.

힘든 산행이었지만 시각 장애인들이나 그들의 손을 잡은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일년 내내 실내에 틀어박혀 지내던 시각장애인들에게 외출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시력을 잃은 후 처음 산행에 나섰다는 정재근씨는 "사업실패와 실명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가족들과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갓바위 산행 참가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이번 산행을 계기로 다시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내봉사에 나선 장재영(대구오성고 3)군은 "중간고사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산행 안내는 처음이라 계단에서 구르기도 했지만 무척 즐겁고 보람된 하루였다"고 말했다.

올해로 13년째인 '시각장애인 갓바위 등산대회'는 말 그대로 '십시일반'으로 이끌어 온 대회다.

대광 맹인불자회와 만권스님, 욕쟁이 통허스님 등이 앞장서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합쳐 이뤄내는 산행대회인 것이다.

운불련에서 택시 60대를 내줬다.

시각장애인들을 집에서 갓바위 아래 주차장까지 태워준다.

산행을 마친 후 다시 집으로 태워 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시간을 내는 셈이다.

신광타월에서 수건 400장을 내놓았다.

아민 알루미늄에서는 음료수를 내놓았다.

안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가장 중요하다.

보현사 청년회를 비롯한 불교신자들, 50사단 장병 100여명, 대구 오성고 학생 20여명, 대불봉사단, 성심회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이번 산행에 손을 내줬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미리 갓바위 사전답사를 다녀온 사람들도 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가는 산행인 만큼 주의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통허 스님은 "시각장애인들의 '행복한 산행'을 13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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