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나도 한때는 꽃이었다

화사한 옷으로 벌을 유혹하던…

가시덤불 속에서 피어난 내 사랑

…….

탱자나무는 기억할 것이다

서슬 퍼런 가시 속에서

나도 한때는 꽃이었다

죽음을 굴하지 않은

사랑을 이룬 꽃이었다.

박재희 '탱자' 부분

탱자나무 꽃을 보고 있으면 참 소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로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누가 손이라도 댈까봐 시퍼런 가시를 들고 섰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처럼. 아무도 손을 내밀지도 않는데 혼자서 온통 가시를 들고서는 그래도 달빛 가득한 밤에 화안하게 젖어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장미처럼 혼자서 기침을 하며 서 있다.

그래도 혼자만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어린왕자가 떠난다고 해도 잡을 줄을 모른다 그리고는 혼자 추억에 잠겨있다.

서정윤(시인. 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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