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기이야기-(9)음향

음악회장에서 졸아본 적이 있는가. 몰려드는 졸음의 유혹, 뿌리칠 수 없는 그 달콤함이란…. 하이든의 '놀람교향곡'은 2악장 도입 부분에서 피아니시모로 음악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오케스트라의 전 악기가 포르테시모의 큰 소리를 터뜨려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일설에 의하면 낙천적이고 장난끼 많은 하이든이 음악회장에서 잘 조는 런던의 귀부인들을 놀래주려고 이같은 효과를 넣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도 조용한 3악장 직후 포효하듯 시작하는 4악장 때문에 청중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

교향악단이 내는 소리는 과연 얼마나 클까.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아무리 용을 쓰더라도 에너지의 1% 이하만 소리로 전환된다.

소리의 강도는 데시벨(dB) 단위로 측정하는데 오케스트라의 음량은 대개 30~110dB 사이의 소리를 낸다.

속삭임은 30dB, 보통 대화 목소리는 55dB, 트럭 소리는 90dB 정도이다.

오케스트라의 최대 편성이라 할 수 있는 4관 편성의 경우 연주자 수는 120명 이내이다.

그러나 말러의 '천인교향곡'처럼 5관 편성 관현악과 3개의 합창단 등 1천명이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스펙터클한 연주도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중국의 궁정에서도 1천명 이상의 음악사들로 이뤄진 악단을 운영했다.

이 악단은 하늘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냈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많은 악기가 등장한 연주회는 보불 전쟁 종식 기념으로 1872년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평화축전일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모여든 2만여명의 합창단과 1만여명의 관현악단이 요한 쉬트라우스 2세의 지휘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연주했다.

100명의 부지휘자들이 쉬트라우스 2세를 도왔으며 대포 발사를 연주 시작 신호로 삼았다.

오케스트라가 제 아무리 큰 소리를 낸다고 해도 무지막지하게 큰 앰프와 스피커로 소리를 증폭하는 록밴드에 견줄 바가 아니다.

미국의 록밴드 '매노워'(Manowar)는 무려 10t이 넘는 음향장비를 이용해 129.5dB의 소리를 내, 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록밴드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매노워가 낸 소리는 이륙하는 제트여객기의 소리(120dB)보다 큰 음량이다.

140dB부터는 음향용어로 '스레숄드 오브 페인'(Threshold of pain)으로 지칭되는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유발하며 150dB부터는 소리가 너무 커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역사에 기록된 소리 가운데 가장 컸던 것은 아마 1883년 크라카타우라는 인도네시아 섬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음일 것이다.

이 소리는 5천여km 떨어진 곳에서도 들렸다고 전해진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사진: 록밴드 '매노워'(Mano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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