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당 노선논쟁 '실용주의' 일단락

정의장 "개혁·민생 먼저"

당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어우르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일단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해 유연성 있는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워크숍에서 소속 의원들은 다양한 의견으로 설전을 벌인 첫날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여당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자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주장은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27일 '이념무용론'을 펼치면서부터 부각됐다.

정 의장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향식 민주주의와 열린민주정당을 위해 중도보수와 중도진보가 결코 다를 수 없다"며 "우리당은 중도보수와 중도진보가 공존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정당"이라고 언급,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경계를 허물것을 주장했다.

이같은 진보-보수의 벽 허물기는 한나라당과 민노당 사이에서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데 따른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이 된 상황에서 이념의 울타리에 갇혀서 지지층을 협소화시킬게 아니라 사정에 따라 좌우 어느 쪽으로든 조금씩 이동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또 민노당의 '도전'이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용천역 폭발사고를 계기로 '좌향좌'하고 있어 이념적 특화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워크숍 이틀째부터 참가자들은 이념 논쟁보다는 정국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이념적 집착에서 벗어나 여당답게 행동하자, 경제 살리기가 돼야 개혁이 제대로 평가받는다"(김혁규 당선자) "보수와 진보는 완전한 합의가 힘들다.

4.15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서 한국적인 진보 개혁주의 노선을 가야한다"(김재홍 당선자), "당내에 이념적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실용주의 관점에서 정책을 심판 받도록 하자"(김부겸 당선자)는 등 실용주의 노선 채택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던 것.

이같은 기류는 비공개로 열린 분임토의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17대국회의 역사적 임무와 열린 우리당의 정체성'이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2조의 임종인 당선자는 "정치개혁과 민생안정이 중요하다.

민감한 문제는 나중에 하자"며 "사회와 경제개혁을 우선 하지 않으면 지지기반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당의 이념과 정체성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4조의 우상호 당선자도 토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섣불리 소모적 이념논쟁으로 관념적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숙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싸우지 말라, 깨끗하게 하라, 서민들 먹고살게 해달라는 것이 민의인데 이런 서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사진 : 열린우리당 정동영(가운데)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28일 강원도 양양 오색그린야드 호텔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 퇴소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양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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