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동호회도 '무서운 압력단체'

인터넷 동호회가 사이버 공간에서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 동호회는 특히 자동차나 디지털카메라 등 해당제품에 관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마니아들이 주도하며 네티즌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어 업체측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무서운' 압력단체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동호회가 단순 정보교류나 친목도모 차원을 넘어 시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힘이 강력해지면서 인터넷 동호회의 요구와 압력으로 기업들이 품질을 개선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쏘렌토 인터넷동호회인 '클럽쏘렌토' 등으로부터 2004년형 쏘렌토에 처음으로 적용된 자동5단 미션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자 동호회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6월 중에 쏘렌토 전자제어장치의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리매핑(Remapping)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차는 당초 몇몇 고객들이 2004년형 쏘렌토의 변속시점이 느리고 소음이 크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하자 '급한' 운전습관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일축하다 클럽쏘렌토 등이 공식 질의서를 보내는 등 본격적으로 문제삼고 나서자 트랜스미션컨트롤유닛(TCU)과 엔진 전자컨트롤유닛(ECU)의 무상 리매핑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는 지난 19일 클럽쏘렌토 대표를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공동테스트를 하는 등의 성의(?)를 보였다.

기아차는 쏘렌토의 TCU와 ECU가 자동5단 미션의 연비 및 동력성능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이 극대화되도록 최적화된 상태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으나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원하는 고객에 한해 직영정비점에서 무상 리매핑을 실시키로 했다.

클럽쏘렌토는 현재 회원 수가 4만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쏘렌토 동호회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투싼동호회, 레조동호회 등 차종마다 다양한 인터넷 동호회가 결성돼 있으며 몇몇 동호회는 자동차업체로부터 인정을 받아 시승 기회까지 제공받는 등 상당한 대접을 받고있다.

이에 앞서 작년 8월에는 일본 캐논사로부터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 'EOS-10D'를 수입해 판매해온 LG상사가 자동초점에 결함이 있다는 소비자들의 산발적인 지적을 무시하다 인터넷 동호회 중심의 불매운동을 겪는 등 '혼쭐'이 난 바 있다.

LG상사는 디카 인터넷 동호회 'SLR클럽'이 불매운동에 나선 뒤에야 일본 캐논사의 전문가와 인터넷동호회 대표를 초청해 공동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거친 뒤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간신히 입증했다.

이 소동은 결국 몇개월 뒤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크게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인터넷 동호회의 역할이 막강해지면서 해당제품을 가진 업체들은 동호회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모니터하고 동호회내 여론을 수시로 파악하며 제품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흐지부지됐을 수도 있는 개별 소비자들의 요구가 인터넷동호회를 거치면서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결집돼 기업에 전달되고 있다"면서 "기업입장에서는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인터넷 동호회의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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