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 지사 왜 자살했을까

"자존심 강하고 명예 중시...자괴감 컸을 것"

박태영 전남지사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을 선택했을까.

박 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른 저명인사와는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

리에 직접 가담했다는 증거가 아직 포착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살을 할 정도로 강

한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느냐는 점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공단의 인사.납품 비리의혹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

으며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공단 간부 9명을 기소했고 이들은 이달 8일 법원으로 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2월부터 2000년 초대이사장을 지낸 박 지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

서울남부지검은 27일 박 지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구속된 공단 간부들이 받은 금품 중 일부가 박 지사의 개인적 용도로 사

용됐는지와 이 같은 비리사실을 박 지사가 알고 있었는 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

췄다.

박 지사가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늦

어도 다음주 초까지 사전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빠른 행보

를 보였다.

박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검찰에 출두하기로 돼 있었지만 출두하지 않고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의 일식당에서 낮 12시30분께까지 변호인

등 5명과 함께 검찰수사에 대해 대책회의를 했다.

박 지사는 식사비 24만원을 직접 결제하고 승용차를 타고 호텔을 나선 뒤 반포

대교를 타고 강북방향으로 가다 차를 멈추고 투신했다.

유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자살 직전 박 지사의 심경이나 유력한 자살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단 박 지사가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배경에는 최근 검찰수사로 자신

이 비리의 책임자로 비쳐지고 있는 데에 대한 자괴감과 명예 실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지사의 한 측근은 "박 지사는 프라이드가 '엄청나게' 강한 완벽주의자"라며

"부정을 누구보다 싫어했고 명예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배신감

과 함께 자존심에 흠집이 나자 자살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자살 동기를 추정했다.

평범한 은행원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던 박 지사는 도지사 취임

초기 직원들이 "너무 드라이브를 걸어 힘들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추진력이 왕성했

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사는 이 같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제로 도지사 취임 이후 수조원대의 외

자유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과감하고도 입지전적인 추진력과 성과를 거둔 면을 놓고 보면 박 지사는

지난달 한강에 투신한 남상국 대우건설 전 사장과 일면 공통점이 있다.

측근들은 박 지사와 같은 책임감있는 인물이 미포조선 기공식, 거액 외자유치

계약 등 굵직굵직한 대외 업무를 앞두고 투신자살을 결심한 것은 다분히 충동적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박 지사의 비리 사실이 추가로 들춰져 박 지사가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에 대해 이 측근은 "수사과정에서 다른 말은 없었고 내

일 예정된 현대미포조선 기공식에도 참석을 보장받을 정도로 검찰이 박 지사의 입장

을 배려해 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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