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가온 여름...극장가 국산 호러무비 러시

바야흐로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특히 올 여름 극장가는 지난해보다 더 크게 무리 지은 호러영화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찰 듯 하다.

공포영화는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더 기승을 부린다는데. 아마도 임금 삭감, 상여금 반납 등 빠듯한 가정경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잊는 데 그만이어서 그럴까. 게다가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주는 '청량제' 역할까지 하니 일석이조다.

◆올 여름 충무로, 공포영화 세트장

곳곳이 음산한 기운으로 넘치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공포영화 세트장을 옮겨온 듯한 요즘 충무로의 모습은 '고스트 바스터'들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천국으로 비춰질 만 하다.

한동안 여름 극장가에서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던 공포영화들이 올 여름 대거 몰려오기 때문.

한국 공포물의 첫 주자는 내달 11일 개봉하는 신현준, 송윤아의 영화 '페이스'(유상곤 감독).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시체 얼굴 복원 전문가들을 스크린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일 자체가 뿜어내는 으스스함이 매력 포인트. 여기에 영화 말미에 드러나는 여주인공의 반전은 충격 이상이다.

1주일 뒤 개봉하는 영화 '령'(김태경 감독)은 잊힌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무시무시한 공포와 죽음이 몰려온다는 독특한 소재다.

김하늘, 남상미, 전혜빈, 신이 등 미모의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특히 물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내는 비주얼이 강점.

'폰', '가위' 등을 통해 한국 대표 호러물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안병기 감독은 올 여름에도 영화 '분신사바'를 들고 나타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우리 학원가를 강타했던 소환술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오는 8월 개봉할 '인형사'(정용기 감독)는 구체관절인형을 소재로 내세웠다.

인형은 여성적이고 게다가 소녀 취향의 대명사격인데 언제부턴가 공포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공포영화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8월 선보이는 영화 '알 포인트'(공수창 감독)는 영화전면에 감우성 등 남자배우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특이하게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공포물.

또 공포물에 코믹이 빠지는 것도 이상할 터. 9월 개봉하는 영화 '귀신이 산다'(김상진 감독)는 국내 최초의 '공포 코미디' 장르를 열었다.

귀신이지만 귀여운 장서희와 어설픈 차승원의 캐스팅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스크린 미녀들, 호러퀸 전쟁

공포영화가 관객들의 뇌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섬뜩한 공포, 팽팽한 긴장, 새로운 소재, 충격적인 반전…. 그 중에서도 어떤 여배우가 등장하는지도 관심거리. 물론 여름 스크린의 꽃인 '호러퀸' 자리는 여배우들에게도 '섹시퀸'만큼이나 탐나는 타이틀이 아닐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호러퀸 전쟁이 치열하다.

많은 공포영화들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지난해 '폰' 등으로 원조 호러퀸에 등극한 하지원의 자리를 누가 대신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26일 극장가에 걸린 '디 아이2'를 통해 섹시스타에서 호러스타로 변신을 꾀한 홍콩 배우 수치(서기)가 호러퀸 전쟁에 불을 당긴 가운데 토종 미녀들도 칼을 갈고 있다.

먼저 송윤아가 영화 '페이스'로, 김하늘이 '령'으로 뒤를 잇는다.

이외에도 촬영에 한창인 '인형사'의 김유미와 임은경, '분신사바'의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귀신이 산다'의 장서희 등 올 여름 뉴 호러퀸 등극을 노리는 쟁쟁한 후보들이 대기중이다.

특히 올 여름 호러퀸 후보들은 대부분 공포물에 처음 도전하는 터라 더욱 흥미진진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공포에 질린 얼굴, 혹은 섬뜩하게 째려보는 눈빛에 관객들의 눈과 귀는 즐겁다.

무더위에 지친 대구 영화팬들이기에 서늘한 기운으로 추운 여름을 맞게 해줄 '그녀'가 더욱 반갑기만 하다.

◆세계 극장가로 훨~훨

요즘 한국영화 제작진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해외 시장에 팔려나가는 영화들이 줄을 있고 있어 국내만이 아닌 전 세계 관객들의 입맛에 맞춰야하기 때문.

얼마전 유럽에서 개봉한 하지원 주연의 공포영화 '폰'이 '반헬싱'에 이어 2위를 차지, 올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샤를리즈 테론의 '몬스터'를 제쳤다는 소식은 더 이상 토픽거리가 아닌 셈이다.

최근 폐막된 칸 필름 마켓에서도 한국 공포영화의 바람은 태풍급이었다.

김하늘 주연의 '령'은 개봉도 하기 전에 대만, 태국, 스칸디나비아, 홍콩 등 12개국에 팔려나갔고, 일본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일본에 300만 달러에 팔린 안병기 감독의 신작 '분신사바'도 영국에 10만 달러, 이탈리아에 2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또 김유미, 임은경이 출연하는 '인형사'도 해외 바이어들의 구입문의가 줄을 잇고 있으며, 영어 제목 'Uninvited'로 변신한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도 유럽 국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실정.

이처럼 해외에서 먼저 뜬 한국형 호러물이 올 여름 국내 극장가에서도 부활할 수 있을까.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한국 공포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단은 '맑음'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사진 :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신현준, 송윤아 주연의 영화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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