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졌니?"
"삐지지 그럼. 마누라 국수 안 먹는 줄 알면서 어떻게 오리고기를 다 먹어버려요?"
바쁜 부모를 둔 까닭에 일요일 하루 종일 둘이서 집 지키며(?) 지낸 아이들을 위해 산책 겸 집에서 조금 떨어진 슈퍼마켓으로 저녁거리를 사러갔었다.
작은 것 같지만 이런 자상한 배려는 늘 남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우리 집 두 아이는 엄마보다 아버지에게 열광한다.
남편이 선택한 메뉴는 오리로스구이와 바지락 칼국수.
'이 사람이? 연거푸 마누라 굶기려고 작정을 했나?' 싶었지만 고기 좋아하는 큰 아이와 국수 좋아하는 작은 아이를 위한 남편의 배려라는 것을 알기에 입을 꾸욱 다물 수밖에 없었다.
칼국수는 작은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과 큰 아이도 너무 좋아하는 것이니 나만 참으면 된다 싶기도 하고 바지락 해감시키고 육수 내고 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 동안 오리고기를 구워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일?
칼국수 다 끓여 식탁에 앉으니 접시에는 제대로 된 오리 고기는 한 점도 없고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정도의 부스러기 몇 점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칼국수 끓이는 동안 남편이 그만하고 고기 좀 먹으라 몇 번이나 이야기했건만 이것저것 나와 있는 음식 재료들과 그릇들을 치우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잘 먹어서 남편도 몇 점 먹지 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에게만 눈을 흘겼더니 남편 왈,
"국수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면 되잖아".
남편은 나에게 국수 먹기를 강요한 적이 없다.
잡곡밥을 국수 국물에 말아 먹으면서 참 고마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가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이 남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까를 생각해보면,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자신의 틀에 맞추려 하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봐주는 사람은 그 사람이니까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그를 만난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해".
나를 나로 살게 해주는 그가 곁에 있기에 국수 국물에 밥 한 술 말아 먹으면서도 행복에 배가 부르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
칼국수 3인분, 바지락 300g, 애호박 ⅓개, 양파 1개, 표고버섯 2장, 대파 1대, 깻잎 7장, 달걀 1개, 붉은 고추 1개, 풋고추 2개, 소금과 간장 조금씩, 양념장(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고추 1큰술, 간장 2큰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
①바지락은 옅은 소금물에 30분 이상 담가 해감시킨다.
②해감시킨 바지락은 다시 소금을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깨끗이 씻은 후 찬물부터 끓여 넣은 후 입이 벌어지면 국물을 면 보자기에 걸러내 맑은 육수를 만든다.
③육수에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한 뒤 표고버섯, 대파, 양파, 붉은 고추 ½개와 풋고추 1개를 채썰어 넣고 끓인다.
남은 고추는 양념장에 다져 넣는다.
④육수가 끓으면 국수를 넣고 투명할 때까지 익힌다.
이때 채썬 애호박도 함께 넣는다.
⑤국수가 다 익으면 깻잎을 채썰어 넣고 불을 끈다.
⑥달걀지단을 얹어 양념장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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