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파이팅-사이버공간 블로그 확산

1인 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blog)가 사이버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

블로그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일지(log)의 합성어로 개인이 운영하는 게시판 형태의 웹페이지를 말한다.

그런데 도입된 지 2년도 안 돼 국내에만 1천만 개를 넘어섰고, 하루 평균 100만 명 이상이 접속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사이버 세계의 대세가 됐다.

기존 언론들도 지난해 말부터 이를 인정,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지적된 블로그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정리한다.

◇미디어냐 일상 기록이냐

1997년 미국에서 블로그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 의미는 저널리즘이나 사회적 메시지로서의 공공적 성격이 강했다.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 불리는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에 비춰보면 국내 인터넷 미디어는 딴지일보로 대표되는 웹진 형태의 1세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신문 형태의 2세대를 거쳐 블로그라는 3세대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도입 초기 블로그는 개인의 일상 기록으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관리자는 누구를 만나 무엇을 먹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따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방문객은 다른 사람의 데이트나 여행, 육아, 쇼핑 등 개인사를 들여다보는 데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남의 일상을 엿보고, 다시 이것들을 여기저기 퍼 나를 수 있다는 특성이 엄청난 양적 팽창을 불러온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블로그 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인의 신변잡기를 풀어놓는 데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기존의 중앙집권적 미디어에 도전하거나 그 틈을 보완하는 중요한 뉴스 제공 주체가 되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블로거들이 기존 언론 이상의 정보 전달 혹은 사실 분석 역할을 하거나, 나름의 독자층을 갖춘 논객들이 다수의 대중과 직접 소통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도 멀지 않아 보인다.

블로그를 이끌어가는 두 방향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질 낮고 중요하지도 않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 고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하나. 반면 블로그가 역량 있는 전문가들만이 운영할 수 있는 전유물이라는 권위적 사고 자체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블로그 고유의 의미를 무시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블로그는 개인과 개인의 무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누구나 손쉽게 제작.운영할 수 있고, 트랙 백 등의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블로그와 쉽게 연결될 수 있으며,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이다.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파일 용량 제한, 금칙어 규정 등 이런저런 제한 때문에 답답해하던 네티즌들이 급격히 이동하게 된 주요인이다.

미래 세계에 대해 낙관적인 학자들은 사이버 문화 혹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구체화시켜 인류 발전과 해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측면에서 블로그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은 엄청나게 클 수 있다.

표현 자유의 외연을 확대하고 인적 네트워크의 무한화를 지향한다면 기존 매체들이 꿈도 꾸지 못한 일들도 가능해진다.

기존 매체들의 획기적 변화도 강제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변화들은 조금씩 진행중이다.

그러나 '자유와 열림'이라는 블로그의 특성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자신의 일상 이야기나 사진, 동영상 등이 의도하지 않았던 곳까지 파도타기식으로 번져나갈 때 개인이 겪게 되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엄청난 것이다.

유출을 통제하거나 막을 마땅한 안전장치가 아직 없기 때문에 블로그를 폐쇄하거나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때문에 블로그 제공 기업이나 기술 지원 업체들이 인증 절차 등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자신을 '과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꾸준히 '엿보는' 일이 블로그의 기본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한 이 같은 인권 침해는 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문을 연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이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전문 영역 블로그들이 어느 정도 성공할 지에 관심이 쏠리는 데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한 몫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