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역 강의 이응문씨-주역 참 가르침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

"주역은 두루 주(周), 바꿀 역(易) 주변의 모든 삶에 두루 통한다는 뜻으로 하늘의 도를 법으로 해 사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성인들의 글입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앞산 맞은편 대연학당에서 매주 두차례(월.금요일) 주역을 강의하고 있는 이응문(李應文.45)씨. 그는 "주역은 수시변역(隨時變易)의 학문으로, 때는 바뀌니까 바뀌는 그 때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되 시류에 빠져 영합해도 안되고 거슬러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씨와 주역과의 인연은 조부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 주역의 태두인 야산 이달(李達.1889~1958)선생. 경북 금릉에서 태어난 야산은 어릴 때 '김시습의 화신'으로 불릴 만큼 영민했으며 독학으로 사서삼경, 제자백가를 두루 섭렵해 깨달음을 얻었다.

58세때 충남 대둔산 석천암에서 108명의 제자를 가르치며 태극사상 아래 모든 것이 하나라는 뜻의 홍역학(洪易學)을 제창했다.

주역을 한국실정에 맞게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것이다.

'한국사 이야기(22권)'를 펴낸 재야사학자 이이화(李離和)씨가 야산의 4남이자 이응문씨의 숙부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주역의 길로 들어선 것은 조부의 수제자인 대산 선생을 만나면서부터. 야산의 수제자인 대산 김석진(金碩鎭.76) 동방문화진흥회 회장은 야산을 세족(洗足)스승으로 모시고 19년간 주역을 공부한 인물로 국내에서 주역의 대가로 손꼽힌다.

이씨는 80년 경희대 재학시절 야학활동을 하며 인생의 근본적인 길을 찾다가 서울 홍제동 함장사에서 대산을 모시고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집안의 학문을 잇지 않으려고 했으나 주역의 깊고 심오한 이치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며 "주역을 종교화하지 않고 진실한 참 학문의 세계로 이끈 조부의 울림이 이 길을 걷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서울 흥사단에서 주역강의를 하다 2002년 대구로 오게 됐다.

대구에 사는 서현원(徐賢源.2002년 작고)씨와의 인연 때문. 흥사단 주역강의때 서씨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권유로 대구에서 주역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서현원 선생은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아 저에게 대연학당뿐 아니라 '사고전서' 등 수만권의 동양학 서적을 기부했습니다.

영남시조방, 현음회, 동인학회 등 건물도 무상으로 기증했지요". 이씨는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베푸는 그의 인품에 감화돼 지금도 친아버지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주역의 중심은 인간입니다.

서로 마음을 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주역의 참 가르침이 아닐까요?"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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