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을 '환과독고(鰥寡獨孤)'라 했다.
늙은 홀아비, 늙은 과부, 자식 없는 노인, 부모 없는 아이가 바로 그들이다.
왕도정치에 대해 질문을 받은 맹자(孟子)는 이 네 부류의 처량한 사람들을 잘 돌보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사정이 달라진 듯하다.
돈 많은 홀아비나 과부, 자식이 없어도 부유한 노인들은 잘 돌봐주지 않아도 될는지 모른다.
말하자면 도와줘야 할 기준이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과독고'를 멀리하면 또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요즘도 빈곤층은 그 네 부류의 처량함과 겹쳐 있게 마련이다.
▲빈곤층을 구분하는 기준을 '빈곤선(貧困線)'이라 하는 모양이다.
그 사회에서 적용되는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사람들이 '절대빈곤층'인 셈이다.
현인들은 이 계층의 경우 '20대에 배우지 못하고, 30대에 게으르며, 40대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50대에도 여전히 가난하며, 60대에도 허덕인다'고 설파한 바 있지만, 이 한탄은 사회학에서 말하는 '빈곤의 악순환'과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가구 중 3가구가 빚을 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수준 최하위의 20% 가구는 월 45만원 이상이나 적자를 내고 있다.
빈부 격차도 날이 갈수록 벌어져 도시의 경우 상위 20%가 최하위 20% 소득의 7.75배에 이른다.
게다가 공적연금.사회보험.조세부담 등이 1년 전보다 22%나 증가한 데다 교육비 등 소비지출도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빈곤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는 절대빈곤 가구는 지난 2000년 11.47%에 달했으며, 잠재적 빈곤층도 날로 증가하면서 이 계층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이 오늘의 우리 현실은 외환위기 이후 사정이 계속 악화돼 빈곤층이 가난에서 벗어날 확률은 곤두박질해 '빈곤의 함정'과 '가난의 대물림'은 불가피할 전망이기도 하다.
▲빈곤층의 확산은 가난과 질병의 대물림으로 귀결되며,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제도 중심으로 운영해온 빈곤 대책을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득 불평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는 진단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빈곤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일이 아닐는지…. 우리의 빈곤이 '악순환에 빠진 악성'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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