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치권의 뒤집기 행각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국회의원 90명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에 동참했다고 한다.

9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7명이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온갖 논란 끝에 의원들의 과반이 동의해 정부 정책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그간 미군의 포로 학대와 이라크 국민들의 지속적 저항 등 상황이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이미 국회 동의를 거쳐 결정된 정부 정책을 국회가, 그것도 여당이 주도적으로 재검토 운운하고 있는 데서 국민들은 의아함을 감추기 힘들 듯하다.

물론 정부가 바뀐 국제정세 등을 감안해 국익을 위해 재검토 한다면 사정이 또 다르다.

하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결정은 잘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은 마당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천도(遷都)' 논란도 국민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12월29일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함께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천도 논란은 이미 있었다.

거대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은 사실상 천도라며 신행정수도 건설에 강하게 반대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바라는 지방민들은 그런 한나라당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른바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당위성을 설명하고 반대 의원을 설득하는 다각도 활동을 벌였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의 반발이 거세 총선이 어려워진다고 보고 입장을 바꿔 '권고적 당론'으로 3대 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다시 국민투표를 하자거나 여론조사를 하자고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다.

천도 논란의 빌미는 다른 사람도 아닌 행정수도 건설 작업을 지휘한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이 줬다.

위원장을 맡으며 그는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살펴보지 않은 모양이다.

한나라당도 국회 표결을 하면서 정부의 기본방침도 몰랐는지 모른다.

국회가 논란 끝에 다수결로 통과시킨 이라크 파병과 신행정수도건설 등 국가 중대사를 스스로 뒤집으려는 여야 의원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정치2부.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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