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김선우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의 질감으로 비의 그림자를 읽었다면 그대의 시 읽기는 하품이다.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가 육이오 때 죽은 영감이거나 어느 새벽 문득 지프에 실려간 뒤 아직도 소식 없는 유복자이리라고 읽었다면 그대의 시 읽기는 중품이다.
그대의 시 읽기가 진정 상품이려면 마른하늘 한 조각이 왜 할머니의 몸인지를 눈치채야 하고 그것을 훔쳐보는 부끄러운 눈빛들이 비의 그림자임을 지체없이 알아야 한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오발 막겠다고 '빈 총' 들고 경계근무 논란 1군단장 직무배제
뜨는 명물 달성공원 새벽시장 '관광 명소화' 해법은?
대구·경북 경찰서 한곳 장기 근무 1600명…"향찰 방지는 필요, '순환' 능사 아냐"
오세훈·유승민 한남동서 2시간 독대…"탄핵 넘고 보수 통합해야"
[부산에도 밀리는 대구] 동성로 지나쳐도 해운대는 꼭 간다, 외국인 관광객 16배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