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김선우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의 질감으로 비의 그림자를 읽었다면 그대의 시 읽기는 하품이다.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가 육이오 때 죽은 영감이거나 어느 새벽 문득 지프에 실려간 뒤 아직도 소식 없는 유복자이리라고 읽었다면 그대의 시 읽기는 중품이다.
그대의 시 읽기가 진정 상품이려면 마른하늘 한 조각이 왜 할머니의 몸인지를 눈치채야 하고 그것을 훔쳐보는 부끄러운 눈빛들이 비의 그림자임을 지체없이 알아야 한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한일시멘트 대구공장 정리 과정서 레미콘 기사 14명 해고…농성 이어져
유가 급등에 원전 모멘텀까지…건설·유틸리티株, 반사 수혜 기대감↑
놀유니버스, 종이 ASMR 크리에이터 '페이퍼 후추' 첫 전시회 티켓 오픈
LH, 공공임대 에너지 신사업 확대…입주민 관리비 절감 나선다
최은석 "대구 공천 혁신 필요…노란봉투법은 악법 중 악법" [뉴스캐비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