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금세 지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드득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함민복 '그림자'

죄 없는 젊은이가 처참하게 피살되었다.

세상에! 죽음의 그림자가 천지를 덮는다.

총소리 들리지 않는 평평한 세상은 어디 있는가? 그림자는 소멸과 고행과 궁핍과 불화의 이미지이다.

'꽃-어머니-걸인-세상'으로 폭을 넓혀가며 차근차근, 큰 욕심 내지 않고 그림자 없는 세상을 꿈꾼다.

시인의 바람이 차근차근, 큰 욕심 없음으로 금세 지는 꽃이, 허리 휜 어머니가, 육교에 엎드린 걸인이, 평평하지 못한 세상살이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안쓰럽다.

한 젊은이의 애통한 일생이 내 목을 조여온다.

강현록(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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