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일 법학자 및 변호사들이 모여 3국간의 민상법(民商法) 통일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동북아시대를 맞아 서로간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무역거래를 더욱 활성화하려면 3국간의 민법.상법의 통일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세계는 개별 국가를 뛰어넘어 지역경제블록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하여 공동번영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를 포함한 동북아지역도 이러한 추세에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동북아지역만큼 서로 적대적으로 지내온 경우도 드물 것이다.
이러한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이제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향후 통합된 시장이 형성될 것이며 이를 위하여 시장의 규칙과 규율을 통일할 필요성이 있어 우선 3국간의 시장경제의 바탕이 될 경제관계법의 통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일 3국의 법체계를 보면 우선 한국과 일본은 공통된 체계이나 중국의 경우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법은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 주로 경제발전에 필요한 법들을 양산하여 온 바 소위 '중국특색'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나 WTO가입 이후 이른바 중국법은 세계화추세에 발맞추고 있다.
이미 중국은 세계속의 일원으로 과감하게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가난의 평등에서 잘사는 사회주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정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시장통합은 예상외로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는 선결문제가 있다.
한.중 두나라는 남과 북, 중국과 대만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즉 대립관계의 해소이다.
조만간 양자의 통일이 불가능하다면 사실상 통일에 접근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대만은 양안(兩岸)교류를 위하여 그간 많은 법제를 제정하여 왔다.
그 중 친족.상속에 관하여도 많은 진전을 보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상속법을 인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대만과 남북한간에 공통으로 닥칠 수 있는 예를 하나 보자. 중국 복건성(福建省)에서 처자를 둔 가장이 국민당을 따라 대만으로 와서 재혼하여 여기서도 처자를 둔 바, 전처가 이중혼인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대만사법당국은 대만에서의 재혼행위는 중혼죄에 해당된다면서 무효를 선고하였다.
이 판결은 대만 전국에 엄청난 충격을 준 바, 급기야 대만최고법원은 대만에서의 혼인관계도 합법적임을 승인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특수한 역사적 원인으로 빚어진 중혼현상이었기 때문에 어느편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문제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중국과 대만은 양안간의 이러한 문제들이 순수 법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대국적인 견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은 대립관계에 있으면서도 중요한 법적문제에 있어서는 양국이 서로 접근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통일을 앞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중국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60년대 중국이 문화혁명으로 정치투쟁만 할 때 우리는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만약 그때 같이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 팔았다면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늘이 도운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중국의 고도경제성장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에 있다고 생각된다.
중국교육의 특징은 엘리트주의, 경험주의, 실용주의 그리고 다양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사회주의사회에서 평등이라는 사회주의 논리를 완전히 부정한 충격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유학생을 많이 보내 선진기술을 습득케 했으며, 그것도 순수 자연과학을 집중적으로 전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50, 60대 중국인의 대부분은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세대들이며 향후 중국사회를 이끌어 갈 세대는 선진학문을 배운 신세대임이 분명하다.
이것은 과거 지식인에 대한 홀대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서울대 폐지같은 발상 및 평준화 현상과는 천지차이이다.
한때 이런 비유가 있었다.
네거리에서 미국의 클린턴은 우회전 신호를 넣고 기다리다 우회전하는데, 중국의 강택민은 좌회전 신호를 넣고 기다리다 정작 오른쪽으로 가더라는 것이다.
명분과 실리를 잘 헤아릴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통일을 앞두고 남북이 경협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동북아시대에 동참해야한다.
전 동독총리의 말대로 통일비용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민족개념만 앞세운 통일은 자칫 우리민족 전체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우회전 신호를 넣고 좌회전하지는 않는지. 동북아번영시대를 주도 할 민족전체의 방향에서 숙고할 때다.
이홍욱 대구가톨릭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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