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미 오래 전 나는 가슴 한쪽을 뜯어냈다

더는 상하지 말라고 던져버렸다

남은 가슴으로도 충분히 아플 수 있으므로

돌연 추억이란 게 필요할 때

피도 눈물도 나질 않는 세상살이라

느껴질 때, 그런 내가 대낮인데도

하늘을 훔쳐보게 될 때

남은 가슴을 퍽퍽 치면

등뒤의 어둠이 갈라지며

어둠이 토해낸 비명처럼 떠오를 것이기에

머잖아 내게도 그런 날이 잦을 때

꺼내와서 채워보리라

남은 가슴이 받아들일 힘이 있는지

꺼내와서 맞춰보리라

김정용 '초승달'

〈돌연 추억이란 게 필요할 때〉의 '돌연'은 〈피도 눈물도 나질 않는 세상살이〉의 고통을 강화하고, 남은 가슴이 왜 충분히 아파야 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어둠이 토해낸 비명이라니, 초승달이 상하지 말라고 뜯어낸 한 쪽 가슴이라니! '비명'은 어둠의 각질을 뚫고 일어서는 삶의 경이임을 그대는 안다.

초승달이 망가진 기계의 맞은 편이듯 그것은 딱딱한 죽음의 반대말인 것, 남은 가슴으로 충분히 아파야 하는 이유 아닐까. 머잖아 우리에게 그런 날이 잦을 때 추억을 받아들일 힘이 있는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