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침묵이 오히려 미덕인 도시다.
안면과 연고라는 전근대성이 사회 생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마당에 괜히 시시비비를 따지고 들면 서로 불편하다.
그래서 치열한 논쟁이나 담론이 빈곤하다.
담론 역량이 현저히 약해진 대구가 한국사회에서 주요 의제 설정과 담론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지 10여년은 되었다.
나는 대구가 담론 역량을 잃어버린 주된 원인이 담론의 생산과 유통에 있어서 위로부터의 과점과 일방성에 있다고 본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다양한 비판적 담론들이 상호 경쟁하고 반증하는 과정을 통해 진보를 이루는 피드백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6월 15일자 매일신문은 지역 톱 뉴스로 '대구 앞산터널 관통도로 사업 본격화'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였다.
앞산터널도로 민간투자사업은 실시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총사업비의 적정성, 비용부담 그리고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의 연관 효과 등 꼼꼼히 분석하고 평가해 보아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예상 통행량과 통행료를 추산해보면 과연 민간부문의 투자비, 금융비용, 적정수익, 운용유지비 등이 통행료로만 충당될 것인가.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수입에 못 미치면 대구시는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아야 된다.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건설된 범안로가 교훈을 주고 있다.
둘째, 사업 우선 순위의 문제다.
대구 4차 순환도로 중 앞산터널 도로 부분은 범물 택지지구와 상인 택지지구를 연결하는데, 산업용 도로로서의 기능은 의문이다.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대구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대구시로서는 산업기반시설 확충에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셋째, 안전과 직결되는 터널의 구조 문제다.
5.5㎞나 되는 긴 터널을 원웨이 구조로 건설하면 유사시에 터널 안에 갇히게 될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인가. 영국, 프랑스 사이의 유로 터널과 일본의 세이칸 터널은 왕복 투웨이 주행 터널과 대피 터널을 가진 구조다.
넷째, 대구의 남북 문제다.
남쪽은 주거, 교육, 상업,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된 데 비해 북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대구시가 남쪽의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지역 내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앞산 터널 도로는 건축비용을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이 아니다.
시 예산이 최소한 1천100억원이 투입되고 만약 장기간에 걸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시의 재정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소외 지역의 주민들이 수혜 지역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희생하는 셈이다.
이 사업에 대한 민간투자지원센터의 타당성 검증과 기획예산처의 심의는 이미 완료되었고, 건교부 및 환경부와 협의도 끝났다고 한다.
국가기관들이 모든 타당성 평가 요소들과 연관효과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평가했는지 여부, 검증과 심의결과가 객관적으로 옳은지 여부를 명징하게 증명할 수 있는가. 인프라 구축 비용의 부담자이자 이용자인 시민들에게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반증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순조롭게'만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매일신문이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견지하면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비판 역량을 적극적으로 담아냈으면 한다.
정한영 독자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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