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병원노조 요구와 환자

경북대병원이 24일간의 장기파업이란 홍역을 치른뒤 지난 3일 임단협을 타결한데 이어 대구의 다른 대형병원들도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병원노조는 사상 처음으로 병원 노조와 사용자 대표들이 산별교섭을 가졌으며, 주5일 근무(토요일 격주근무)라는 큰 골격에 합의했다.

병원노조는 토요일을 쉬는 온전한 주 5일근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일제 실시에 따른 인력충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경대병원 노조는 산별교섭 타결 후에도 파업을 풀지 않고 로비농성을 이어가며 파업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주장하며 환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가장 먼저 내세운 이유는 이렇다.

"파업은 노조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임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의 공공성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투쟁이다.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노조의 주장은 지극히 맞는 말이다.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가. '3분 진료'를 받기위해 예약을 하고도 수십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다.

의사는 입원을 하라고 하는데 병실은 없다.

입원 날짜를 물으면 그냥 기다려 보란 말 뿐이다.

환자들은 왜 이런 찬밥 신세여야 하는가.

대학병원의 이같은 진료환경을 생각하면 환자들은 노조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병원들이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누가 물어야 하는가. 경대병원측은 이번 임단협 결과에 따라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연간 48억여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경영이 어렵다는 병원이 48억여원을 더 벌려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병원들은 인건비 상승 때마다 의료수가(의료서비스 가격) 인상을 요구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비 지불방식이 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이다.

이 제도는 의료수가가 낮아 병원이 돈을 벌려면 무조건 환자를 많이 봐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병원의 인건비 증가에 따른 부담은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설사 정부가 의료수가를 인상한다 해도 그 역시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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