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농사가 효자지요. 자두가 벼랑 끝에 내몰린 농촌을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지난달 중순부터 새콤달콤한 자두가 본격 출하되면서 의성의 자두농가들은 요즘 입이 함지박만큼이나 벌어지고, 얼굴마다 웃음꽃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의 간접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다 올해는 특히 예년에 비해 생산량도 늘어나 자두가 농촌을 살리는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3일 오후 의성군 봉양면 신평리 대성청과장. 이곳에서는 1일 출하량이 5천상자를 웃돌면서 경락된 자두값도 평균 6천여만원에 달해 지역에서는 최대의 자두공판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농민들이 몰고온 화물차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가운데 공판장의 시선은 온통 경매사의 일거일동에 쏠려있다.
"오~ 3만3천원 10번." 경매사의 말이 떨어지자 "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자두농 김기일(의성군 봉양면 구산2리)씨는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10kg 한 상자에 3만3천원이면 큰 돈이지요"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김씨는 원래 사과농사를 전문으로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에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너무 힘들고 가격 등락폭도 적잖아 자두농사로 바꿨다.
김씨는 "10년전부터 사과농사를 그만두고 대체작목으로 자두를 심었으며, 5년 전부터 자두가 인기를 끌면서 사과나 고추에 비해 수입이 짭짤하다"며 "현재로서는 자두만한 작목이 없으며, 농가의 효자작목"이라고 했다.
자두농가들에 따르면 10년생 자두밭 600평을 경작할 경우 60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반면 고추농사는 300만원도 건지지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고추농사의 경우 인력이 많이 필요한 후진국 산업이기 때문에 겨울부터 농사가 시작된다.
먼저 하우스에 종자 뿌려 모종을 키워야 하고, 봄이 되면 또 본밭에 옮겨심어야 하는데다 고추를 따서 기계에 말리기까지 일손이 많이 들어간다.
반면 자두는 4월에 꽃이 피고 6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 8월 중순이면 농사가 끝이 난다.
결국 일손이 적게 들어가면서 단기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농사인 셈이다.
자두가 수익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과와 고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대체작목으로 자두를 선택하자 농가들 사이에선 가격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두농 오용백(47'의성군 봉양면 삼산리)씨는 "최근 수년간 자두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출하량이 급증하고 있고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자두 재배면적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가격 폭락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대도시 상인들과 청과물을 운영하는 공판장에서는 농민들의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자두는 출하후 3일이 지나면 생물과일로서는 생명이 끝나고 유통도 어려운 특성이 있어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칠레산 자두가 수입된다고 해도 농민들이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성청과상회 이용득(50) 대표는 "23년째 청과물상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두의 수요는 해가 갈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최근에는 대도시 상인들 외에도 삼성홈플러스, E-마트, 롯데, LG 등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의 바이어들도 직접 산지경매에 참여하고 있어 자두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조금도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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