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6)역사가 살아 숨쉬는 휴식과 교육의 터

유.불.가야 문화권 관광벨트화-미리 본 2010년

◆안동

2010년 8월 1일, 금쪽 같은 휴가를 얻은 서울 한 IT업체 차장 김일호(48)씨는 5인승 승합차에 중학생 남매와 아내를 싣고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안동으로 내달았다.

처음 도착한 곳은 하회마을. 정갈하게 보존된 조선시대 500년의 유(儒).불(佛) 문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느껴보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문화유산해설사가 충효당내 구상나무를 가리키며 "2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73회 생일날 마을을 찾아 기념 식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분한 시골 동네에 왜 가느냐?"며 불평하던 아이들도 수백년을 거슬러 역사가 멈춘 듯한 거리 풍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녁식사로 나온 안동 고유의 한정식은 입맛도 사로 잡았다.

다음날 아침 도산서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마련된 '선비문화 체험교육'에 자녀들을 맡겼다.

"고리타분해서 싫다"는 자녀들의 등을 떠다밀다시피 했지만, 이미 다녀온 친구들이 "선비문화 체험은 꼭 시켜보라.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재미었어 한다"고 한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시내로 나와 낙동강변공원을 찾았다.

강 양쪽에 잔디로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100만평의 둔치는 한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수상레저타운에서 빌린 제트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풍천면 구담리까지 간 뒤 '낙동강 70리 생태공원'에서 래프팅도 즐겼다.

이날 밤 숙소로 잡은 안동댐 위락단지의 관광호텔은 마치 수상호텔 같았다.

창밖 수은등이 밝히는 안동호 야경은 비할 데가 없었다.

새벽엔 단지내 골프장에서 부부 라운딩도 즐겼다.

오후에 자녀들과 합류한 김 차장은 임동면 수애당으로 갔다.

마지막 일정인 종택체험을 위해서. 고색의 한옥과 기품있는 종손에게서 느끼는 깊이는 찰라에 집착하는 각박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자녀들은 "너무나 멋진 휴가였다"며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안동.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김휘동 안동시장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은 유교사상과 전통을 보존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21세기 고부가 관광산업을 개발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은 경북 북부 11개 시.군에 무려 1조9천억원이 투입되는 엄청난 프로젝트로 이 사업이 끝나면 향후 한국 관광의 메카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은 문화관광 루트화하고, 봉정사와 종합유교문화센터, 지례예술촌, 퇴계기념공원, 병산서원, 농암유적지 등은 보수를 통해 말끔히 단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시장은 "한국국학진흥원을 장차 국민 정신교육의 도장으로 승화시켜 교육 및 수련기관으로 만들겠다"며 "단순히 보고 스쳐가던 유교문화 관광에서 벗어나 머물고 체험하며 안동의 정신을 배우고 느끼는 말 그대로 한차원 높은 관광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 시장은 또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거대한 지역 개발은 불가능하다"며 "유교문화 체험센터와 콘도미니엄, 유스호스텔을 개발하기 위해 민자 유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경주

2010년 7월 대기업 부장인 이준수(43.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씨는 금요일 오후 4시 가족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주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마차를 타고 고적지를 관람한 뒤 동해의 신선한 회도 사주고, 보트를 태워준다"는 여행계획을 듣고 아내와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 밤잠도 설쳤다.

주 5일근무가 전면 실시된 지 7년. 가족 단위 주말여행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경주는 종전 문화유적 관람 일변도에서 체험 위주관광으로 탈바꿈했다.

고속철에 몸을 실은 지 1시간20분만에 경주에 도착했다.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신경주역 주변은 인구 3만명 규모의 신도시로 변했다.

보문단지내 콘도에서 여장을 풀고 다소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이 부장은 인터넷에 소개된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들고 가족들과 함께 나섰다.

먼저 경주를 걸어서 둘러보는 '달빛 역사기행'에 참가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천마총 옆 쪽샘지구에서 출발한 달빛기행단은 걸어서 안압지와 박물관 첨성대 분황사를 둘러보고, 복원 사업이 한창인 신라의 대가람 황룡사 9층탑의 웅장한 모습도 감상했다.

이튿날 가족들은 렌터카로 문무왕릉이 있는 경주시 대본리로 향했다.

길목 감은사터에는 2005년 복원을 끝낸 동탑과 서탑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잠시 뒤 경북관광개발공사가 조성 중인 120만평 규모의 '감포 종합휴양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내 인공풀과 오션돔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사시사철 해수욕을 즐기도록 만든 오션돔은 인공파도와 각종 놀이시설을 갖춰 개장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감포 위판장에서 갓 잡아온 가자미로 늦은 점심을 먹은 이들은 신라 고찰 기림사로 향했다.

기림사에서 '한여름의 산사 음악회'를 즐긴 뒤 오토캠프장인 '시라이프 파크'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꿈결같은 밤을 보냈다.

마지막날 시내 관광을 마친 가족은 오후 3시 고속철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백상승 경주시장

백상승 경주시장은 침체된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레포츠형 관광과 안압지 야간공연 등 체류형 테마관광 개발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달엔 중국 북경과 선양, 상해 등 3개 도시에서 경주관광 홍보설명회를 열었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다가는 '국제 관광도시 경주'의 명성도 조만간 퇴색하리라는 위기감 때문. 이후 중국 선양시 인민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우호사절단과 북경시 언론인, 여행업자 등 팸투어단이 이달에만 3차례 방문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지역과 지역을 묶는 관광벨트화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경주는 숙박과 사적지, 레포츠를 개발하고, 동해안 시.군들은 수려한 풍경과 풍부한 해산물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연계관광 개발이 중요합니다.

"

백 시장은 또 "장기적으로는 신라 왕경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역점을 두겠다"며 "시가지 문화재 보존지구내 사유재산의 이주 보상대책을 수립한 뒤 시가지에 묻혀 있던 문화재를 발굴해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도 경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경주.박준현기자

◆고령

2010년 고령은 1천50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화려했던 대가야를 만날 수 있는 시간 여행의 장으로 변모한다.

왕릉전시관, 박물관, 우륵박물관, 주산 고분로,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고천원공원, 월막리 문화학교 등 입체적인 관광루트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고령군의 최대 역점사업. 대가야박물관 맞은 편 4만7천평 부지에 256억원을 투입해 2007년 완공할 예정이다.

야외전시관, 가야촌, 가야맛마을, 영상시설 등 모두 22개의 시설이 다양하게 들어서 관광객들의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해주게 된다.

고령군은 또 고령여중과 고령여종고 부지를 매입해 숙박시설과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성공적인 민자 유치가 이뤄진다면 5년 뒤 고령은 '제2의 경주'로 탈바꿈해 국내 및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32억여원을 들여 내년말 완공할 예정으로 우륵박물관을 조성하고 있다.

대가야 가실왕의 명을 받아 가야금을 만든 우륵 선생을 기리는 것으로 고령읍 쾌빈리 정정골에 들어선다.

정정골은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연주하니 '정 정 정' 소리가 난다해서 붙여진 이름. 가야금의 제작과정을 실제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가야금 공방'과 함께 주변지역 공원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고령읍은 올해 행정자치부로부터 4년간 국비 400억원을 지원받는 '소도읍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소도읍가꾸기의 주요 내용으로는 고령읍에 집중된 대가야 유적지를 잇는 '대가야 역사관광 순환도로' 개설, 도심 중심상가 및 관광테마시장 활성화 사업 등이 있다.

그러나 고령을 제대로 된 관광지로 육성하려면 '대가야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의 국책 사업화가 필수요건이다.

이태근 고령군수는 "대가야 개발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및 지역혁신의 맥락에서 반드시 국책 사업화돼야 한다"며 "인근 지자체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사진: '천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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