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잠든 아이 얼굴에 내 얼굴 갖다대고

아이의 날숨을 들이마신다

뱉으면 마시고 들이쉬면 멈추면서 얼굴 붉어지는데

한 번 데워진 공기가 이렇게 달콤하고나

가르릉가르릉 아이는 살아 있고나 그 옆에

새우잠 자는 아내의 콧김도 씩씩하고나

방 한 칸 짊어지고 자정을 넘어가는 식구들

세상에 이만한 노동도 없고 방안에 꽉 찬

한 그릇 공기는 아무리 퍼먹어도 배고픈 공기

너 한 숟갈 떠먹이고 나 한 숟갈 떠먹다 보면

아이가 날 낳았는지 내가 아이를 낳았는지

아직 이곳에 날것의 공기가 있다

우리 식구 한통속인 이유가 있다

류길수 '한 그릇의 공기'

본 이름이 류충남인 구미 사는 시인 류길수를 작품 속에 들여놓고 이 시를 읽는다.

어린 아기와 고단한 아내 그리고 가난한 시인, 이렇게 세 식구가 일용하는 양식은 한 그릇의 공기이다.

이 양식은 삶의 원천이자 살아있음의 징후이고 성찬식의 떡처럼 그것은 나누어 먹음으로 한통속(?)이 되는 사랑의 자장(磁場)이기도 하다.

그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릇 사랑이란 그것이 진정한 것이라면 아무리 퍼먹어도 배고픈 공기 같은 것. 길수야 너무 슬퍼 말라, 우리는 모두 이 하늘 밑에서 !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