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게 납치돼 참수위협을 받다 풀려난
필리핀인 인질 안젤로 드 라 크루즈는 납치범들이 억류 기간동안 잘 해줬다고 20일
석방 직후 바그다드 필리핀 대사관에서 가진 회견에서 밝혔다.
빨간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크루즈는 필리핀 관리들에게 둘러싸여 초췌하
지만 안도하는 모습으로 "힘들었지만 납치범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반감은 없었다"
고 말했다.
크루즈는 자신이 바그다드와 이라크 남부도시 힐라 중간의 도로에서 납치됐다며
"그들은 내가 운전하던 트럭을 세우게 한 뒤 나를 차에 태워 모르는 장소로 끌고 갔
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그 때 나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
각했지만 납치범들은 극진히 대접해줬다. 그들은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했으며 그
렇기 때문에 풀려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이라크 주둔 필리핀 군대를 예정보다 한 달 앞서 철수시키라는 납치범
들의 요구를 수용한 필리핀 정부에 사의를 표명하며 앞으로 이라크에 오지 않을 것
이라고 약속했다.
크루즈의 석방은 수니파 지도자들이 팔루자에 있는 이슬람 사원의 확성기를 통
해 납치범들에게 호소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라크 부족지도자회의 세이크 자말 알-둘라이미 의장은 "우리는 필리핀 정부에
그의 석방을 위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의장은 납치범들이 부족 지도자들의 호소를 통해 필리핀 정부의 철군방
침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며 "얼마 있다 크루즈가 풀려났으며 안전을 위해 아랍 에미
리트연합 대사관에 그를 내려놓고 갔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7세기 이슬람을 정복했던 군사지도자의 이름을 따 자신들을 칼리드 이
븐 알-왈리드 여단이라고 칭하는 단체에 납치됐었다.
크루즈의 석방은 납치범들의 요구대로 51명의 필리핀 주둔군 중 마지막으로 철
수하는 군경이 이라크에서 쿠웨이트 국경을 넘은뒤 24시간 내에 발표됐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납치범들의 압력에 대한 굴복이므
로 앞으로 이라크에서 조건을 내건 납치사건이 증가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으
나 필리핀 정부는 국익에 따랐을 뿐이라며 비난을 무시하고 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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