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이란, 아시안컵 8강전 관전포인트

'이번에는 승부를 가리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31일 열리는 2004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3회 연속해 이란과 준결승 진출 티켓을 다투는 묘한 인연을 연출하게 됐다.

한국과 이란은 이번 경기를 결승 진출의 최대 고비로 꼽고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시종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보여줄 전망이다.

다음은 한국과 이란의 8강전 관전포인트.

▲아시안컵 라이벌, 균형 깨지나

한국과 이란은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여러차례 장군, 멍군을 불렀던 대표적인 라이벌이다.

한국은 1972년 방콕대회 결승에서 아시안컵 사상 처음으로 이란과 맞붙어 1-2로 무릎을 꿇으며 우승컵을 내줬지만 88년 대회에서 변병주(2골), 황선홍(1골)의 릴레이골로 3-0 완승을 거둬 통쾌하게 복수했다.

하지만 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제11회 대회 8강전에서 한국은 선수단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휘말리며 알리 다에이에게 무려 4골을 내주며 2-6이라는 참담한 스코어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은 4년 뒤 2000아시안컵 8강전에서 또다시 마주친 이란에 0-1로 끌려가다 종료 직전 김상식의 극적인 동점골과 이동국(광주)의 연장 골든골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다소나마 분풀이를 했다.

만날 때마다 승패를 거듭하며 아시안컵 상대 전적 2승2패를 기록중인 양팀이 이번만큼은 균형을 깨고 진정한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가리겠다는 각오다.

▲누구 창이 더 세나

'아시안컵의 사나이' 이동국을 중심으로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안더레흐트)에 특급조커 안정환(요코하마)까지 대기시킨 한국의 공격력은 27일 쿠웨이트전에서 4골을 몰아치는 물오른 감각을 과시했다.

이동국은 3골로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고 안정환은 2차례의 후반 교체 투입에서 모두 쐐기골을 쏘아올리는 결정력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통산 A매치 128경기에 출장해 무려 95골을 터뜨린 알리 다에이를 중심으로 하는 이란의 창도 한국에 못지 않은 위력을 자랑한다.

이란은 중앙 미드필더 알리 카리미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인 메흐디 마흐다비키아, 아라시 보라니 등을 다에이 뒤에 포진시켜 공격력을 배가하고 있다.

▲이운재, 무실점 행진 이어가나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풀타임 출전하면서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방어 솜씨를 과시했다.

특히 한국은 1,2차전에서 각각 최진철과 박재홍(이상 전북)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이며 상대의 맹공격을 받았지만 이운재 덕분에 실점하지 않고 조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8강진출의 숨은 공신 이운재의 무결점 방어가 이란의 공격마저 무력화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중국팬, 누구 편 들까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한국의 상대팀인 중동 국가들을 응원했던 중국 관중들이 이번에도 한국에 등을 돌릴 지 관심거리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스타 선수들에 열광하면서도 경기장에서만큼은 철저한 반한(反韓) 감정을 보였던 중국 팬들의 이중 심리는 자국의 우승에 방해가 되는 팀들의 상위 라운드 진출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

하지만 이번 8강전에서 대결을 벌이는 한국과 이란 모두 중국을 꺾을 수 있는 위력을 갖추고 있어 현지 팬들이 어느 한쪽의 손을 쉽사리 들어주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중국축구대표팀이 '공한증'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보다는 이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좀더 높을 전망.

이번 8강전 승자는 중국과 이라크 경기의 승자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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