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밖에서 배운다-초등학생 서당캠프

여름방학을 맞아 우리 민족의 전통 예절과 문화를 체험하려는 학생들이 부쩍 눈에 띈다. 서구 문화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터에 나타나는 이런 열기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통에 대한 교육은 단순히 우리 것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과 정신세계의 흐름을 되짚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어떻게 전통을 배우고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초등학생 전통체험 캠프를 찾아갔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 영남대 민속원.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서당체험 캠프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우리의 정신은 무엇일까요?" 유복혜(63.여) 청도예절원장의 질문에 아이들은 "화랑정신" "학문정신" 등을 외쳤다. 마루바닥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유 원장은 "유구한 역사를 거쳐 내려오는 동안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은 것은 바로 공동체 정신"이라고 말한 뒤 "늘 입에 우리라는 말을 달고 다니지만 정작 우리 정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에게 오랜 시간의 진지함을 요구하기는 힘든 일. 늘 의자나 쇼파에 앉아 지내던 아이들로선 마루바닥에 가부좌(跏趺坐) 자세로 앉아 있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다리를 세웠다가 폈다가, 허리를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고, 손을 앞뒤로 내짚는 아이들까지.

유 원장의 호통이 떨어진 것은 바로 그때. "전통체험을 하러왔으면 불편한 것도 참을 줄 알아야죠.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는데 어떻게 선비정신을 배우겠어요."

이어진 배례수업.

"여러분은 어른을 만나면 고개만 까딱하는데 그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죠. 인사를 할 때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45도 정도로 굽혀 정중하게 올려야 합니다."

"자 허리를 숙이고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아이들이 연신 허리를 굽혀보지만 자세가 쉽게 잡혀지지 않았다. 허리만 숙이고 고개를 쳐든 아이, 엉덩이를 너무 뒤로 빼 중심을 잃는 아이, 언제 일어날까 눈치를 보다가 눈길이 마주쳐 깔깔거리는 아이들.

"인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요." 연습이 거듭되자 학생들의 자세도 점차 갖춰졌다. 몸이 이르는 곳에 마음도 따르는 법. 저희들끼리 나누는 말투까지 의젓해지고 있었다.

권인정(신평초.5년)양은 "인사 하나에도 예법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른을 만나면 의젓하고 공손하게 인사 할 것"이라고 했다.

해가 질 무렵 아이들은 구계서원에 다시 모여 삼강오륜을 읊조리며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배웠다.

서당체험교실에 참가한 아이들은 2박3일간 합숙생활을 하며 생활예절에서부터 붓글씨, 국악연주, 민요, 천자문, 명심보감을 배우고 씨름과 투호 등 각종 민속놀이를 체험했다.

영남대 박물관 성태규 학예연구원은 "자기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영어교육 등으로 타문화를 접하다보니 초등학생들이 가치관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체험을 통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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