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석에서 한 젊은 엄마가 한 얘기다.
"아이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 않아요. 아침에 잠깐 헬스클럽이나 가는 정도죠. 주로 아이에게 집중 투자하지,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이 없어요. 결혼 전에 가졌던 직업을 다시 가지려다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맞벌이를 하면 아이에게 집중할 수가 없어서죠. 내 아이한테 집중하는 것이 '프로주부'라고 생각해요."
자신보다 자식 교육에 시간과 노력을 다 바치는 이런 모습이 젊은 주부들의 당연한 삶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녀를 어머니가 과외 장소로 밤 늦게 실어나르는 모습, 늦은 밤 학교 인근이 교통체증을 앓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중학교에 들어간 자녀에게 엄마의 공부 압력(?)이 먹히지 않아 아버지의 퇴근이 빨라진다는 얘기도 있다.
엄마의 교육열은 사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7, 8군데 학원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학습지에 영어학원, 운동은 필수고 내신성적 때문에 미술과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에서는 교육을 위해 수성구가 인기다.
그러나 수성구로 옮겼다고 자녀의 성적이 쑥쑥 올라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올해 중앙교육평가원 조사 결과 45%의 학생이 '출세를 위해' 대학 진학을 했다고 응답했다.
직업도 검사, 판사, 의사, 고위 공무원 등 '군림하는 직업'을 선호하고 있고 그 예비단계로 학력을 중요시 한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이런 부모의 자식 교육에 대한 집착은 보상심리 차원을 넘어 거의 집단적 노이로제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옆집의 누가 공부를 잘 한다고 하면 오히려 그 부모가 그 꼴을 보고 못 참는 것이다.
각 개인에게는 개성과 능력이 있다.
100m를 10초에 주파하는 사람이 있고 20초만에 달리는 사람이 있다.
부모의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지나친 기대, 자녀의 능력과 인성을 무시한 요구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한다.
"노이로제에 걸린 우수한 대학생보다 건강한 근로자로 성장하도록 교육한다"는 영국 서머힐 학교 닐 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종원(변호사.TBC라이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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