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만 되면 프랑스의 파리 시민들은 80%가 집을 비운다고 한다.
'바캉스'의 어원이 라틴어의 '텅 빈' '공허한'에서 비롯됐다지만, 파리의 여름은 바로 이 말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이 텅 빈 도시의 여름에는 외국인들이 붐비고, 성시를 이루는 곳은 애견을 보호해주는 '개 호텔'뿐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그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꺼번에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건 우리 사회의 별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만 더욱 붐비기도 한다.
▲살인적인 무더위로 본격적인 피서철이 된 요즘 전국의 바다.
산.계곡.강가는 초만원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떠나는 피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들뜨고 기분 좋게 한다.
휴가의 휴(休)자는 사람 인(人) 변에 나무 목(木)자인 것처럼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쉰다는 뜻이다.
이 글자가 말하고 있듯이 휴가는 내일을 향한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여름 피서지는 '반짝 장사'로 한몫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그 사정이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요즘 피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음식은 싸오고, 텐트 치고 잠자는 등 지갑을 열지 않는 '자린고비 피서객'들 때문이다.
심지어 이삿짐 수준으로 '중무장'한 채 자급자족형 휴가족들이 적지 않아 상인들은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울상들이라 한다.
▲특히 올해는 돈이 더 드는 바닷가보다 텐트 하나로 알뜰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산간 계곡으로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피서 1번지'라는 동해안마저 상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4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서해안의 경우 식당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게다가 당일치기 '왕소금 피서'가 대부분이어서 상인들은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격에 다름 아니다.
▲해마다 바가지 요금 때문에 말썽들이었다.
피서지의 상인들은 여름 한철에 번 돈으로 나머지 비수기를 버텨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이라는 견해도 일리가 없지 않다.
아주 너그럽게 '상생의 현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튼 여름 휴가를 알뜰하게 보내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돈을 쓸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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