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로봇 공학 3원칙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의 갈등은 대부분 SF소설의 대부 아이작 아시모프가 세운 '로봇공학 3원칙' 때문에 일어난다.

'로봇은 인간을 해치거나, 위험을 간과하면 안된다'(1조)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1조에 어긋날 때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2조) '로봇은 1조와 2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이 3원칙을 깬 것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의 가상 미래이며, 로봇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A. I.'나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바이센테니얼 맨'이다.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을 이끄는 모티브도 이 3원칙이다.

서기 2035년 인간은 궂은일을 도맡아 할 로봇을 생활화한다.

그러나 로봇이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며, 독자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적인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로봇 공학 3원칙'은 아시모프가 1940년 로봇 미래를 예견하고 만든 원칙이다.

1950년 '아이, 로봇'에서 처음 공개했고, 그것에 착안해 만든 것이 바로 이 영화다.

이 3원칙의 근저는 인간은 로봇의 주인이며, 절대 복종해야 하고, 또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스스로 파손될 수도 없음을 명시한 것이다.

인간으로 보면 효율적인 안전 방지책이다.

그러나 로봇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구하고 최후를 맞는 인조인간 로이(룻거 하우어)의 모습은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난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보았지. 이제 그 기억이 모두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차분하게 '임종'을 맞는 모습이 그리 처연할 수 없었다.

그는 '죽을 시간'(time to die)이라고 했지만, 영화 속 그의 최후는 '폐기 처분' 또는 '제품 회수'란 뜻의 'retirement'다.

단지 인조인간이란 이유로 그의 최후는 '죽음'으로 불려지지도 못한다.

그는 인간보다 훨씬 우월하지만, 데커드를 죽이지 않는다.

아니, 그래서 더 우월한지도 모르겠다.

'로봇공학 3원칙'이 나온 계기는 로봇이 인간을 죽이는 미래상황을 우려한 때문이다.

아시모프는 부적절한 논리지만, 인간보다 더 우월한 로봇이 등장해도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만은 보호되는 노예헌장을 세운 것이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땅에 떨어진 요즘 같으면 과연 아시모프는 뭐라고 말할까.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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