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지역에도 원조교제 급격히 확산

"몇살이야? / 17살--고딩.

휴대폰 필요해? / 고믈여셔...

아찌 모해? / 사업.

돈 마니마니 버러여? / 조금.

30분 디 태화삼거리 취킨집앞셔 만나유...".

최근 안동 여중생(15) 피살사건은 인터넷 채팅을 통한 원조교제가 계기였다. 농촌 중소도시에도 인터넷을 통한 원조교제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유명 포털사이트 채팅방에 들어갔다.

'칼라-폰 사주실 분' 방. 지역은 안동. 아주 쉽게 원조교제 상대와 '접속'할 수 있었다.

3일 저녁 안동시 옥동 한 PC방. 학생티가 나는 앳된 소녀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음료수를 가져다 주며 슬쩍 PC화면을 엿봤다. 거의 대부분 '남친' 또는 원조교제 대상을 찾아 채팅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만난 한 여고생은 자신은 원조교제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원조교제를 하는 친구가 여럿 된다고 밝혔다. 방학 후 안동시내 PC방을 전전하며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들이 20여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안동경찰서에 입건된 김모(35)씨는 경기도 안양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안동의 한 여중생을 불러 원조교제를 했다. 경찰이 가출했던 이 여중생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10월에는 안동시내 모 여고생이 원조교제 상대였던 30대 회사원과 계속 만나다 낙태수술까지 했다. 그러나 부모는 딸의 장래와 체면때문에 이를 덮어야 했다.

대도시 지역 일부 '불량 소녀'들의 문제였던 원조교제가 농촌 지역으로 확산된 것은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 소녀들의 원조교제 예방대책은 전무하다. 가정은 '설마 내 아이가'라며 태무심하고 학교는 원조교제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별 지도하지만 "모르는 아저씨들의 차를 타지 말고 선물도 받지 말라"며 우회적인 설득에 그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이상 원조교제 사실을 추궁하거나 만류하는 자체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학부모의 반발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안동 복주여중 박경숙 학생생활지도교사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원조교제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덮어두고 있다"며 "보호자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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