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사랑의 손잡기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건강하게 오래 살 권리가 있다.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선천적으로, 후천적으로 물려받았지만 어떤 사람은 치유할 수 없는 질병, 즉 난치병을 갖고 태어나거나 걸려서 일찍 삶을 마감하기도 하고 살아있는 내내 형벌처럼 고통을 겪기도 한다.

질병을 치유하고 환자의 마음을 평화롭고 안정되게 하여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감을 늘 안고 살아야 하는 직업인이 의사들이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때때로 인간의 한계를 느낄 때가 적지 않다.

치료과정이 너무 힘들고 치료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지칠 때가 있고 의욕을 잃을 때도 있는 것이다.

난치병 치료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백혈병,근위축증 등 치유가 참으로 힘든 질병이면서 삶이 유지되는한 환자들은 끊임없이 병마와 싸워야 하는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원인들로 인해 우리사회에는 점점 난치병 환자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시도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난치병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성금모으기 등 사랑나눔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흐뭇한 소식이 되고 있다.

현재 경북도내의 난치병을 앓는 초중고생은 287명, 대구시의 경우는 220여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도부터 이 운동을 시작한 경북도교육청은 그간 385명에게 24억원을 지원해 이중 42명이 건강을 되찾았다 한다.

올해 4월부터 난치병 학생돕기에 나선 대구시교육청의 '사랑의 손잡기 운동'도 이미 18억원의 성금을 모으는, 깜짝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어려운 대구경제의 여건을 두고 볼때 우리 지역민들의 따스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온 대구시민이 발벗고 나선 셈이다.

어린 초등학생이 몇년에 걸쳐 저금한 돼지저금통을 들고왔고 학교 선생님들, 학부모들, 각 기관의 직원들, 뜻있는 몇몇 기업체에서도 귀한 성금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 "기쁨을 함께 하면 배가 되고, 슬픔을 함께 하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픈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도우려는 따스한 정을 가진 지역민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은 경제불황과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한줄기 청량한 바람처럼 와닿는다.

최근에는 또 난치병 학생들을 도우는데 뜻을 같이하는 몇몇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올 가을에 이를 위한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기꺼이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지만 단지 그 기회를 찾지못해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다.

난치병 학생 돕기 같은 이런 행사들을 통해 '사랑의 손잡기'가 우리 생활 속에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미 경(이경외과의원장.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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