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 다시 고구려사인가-(상)역사왜곡 선전장 지안

유적지마다 '中 지방정권'

자국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중국이 공세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고구려 유적이 집중된 중국 지안(集安) 등에서는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선전하는 데 열을 올리는가 하면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는 한국사에서 고구려를 삭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촉발된 한국.북한-중국의 고구려사 분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라며 전방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고구려의 수도였으며 광개토대왕비 등 고구려 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살아있는 고구려 박물관'으로 불리는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시. 고구려 유적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지정 직후인 지난 달 13, 14일 지안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고대사학회 이문기(李文基.51.경북대 교수) 회장은 "한마디로 전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정비된 고구려 유적들, 그리고 그것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국.북한-중국의 기나긴 싸움이 이제부터 시작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

먼저 눈에 띈 것은 시가지 건물 곳곳을 뒤덮은 시뻘건 플래카드였다.

고구려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자축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문화유산을 자원화해 돈을 벌자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방송국 등 지안 시내의 큰 건물은 물론 지안으로 들어가는 도로 옆의 허름한 농가에도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보고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집요함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특히 이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곳은 지안박물관. 세 칸으로 된 박물관의 입구에 고구려사를 정리한 안내판이 있었는데 거기에 '고구려는 중국의 일개 지방정권'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 "지난 해부터 한.중간에 꾸준하게 문제가 된 사안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역사를 왜곡한 안내판을 보니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 고구려 유적 오회분 앞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되는 안내책자에는 더욱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발간한 이 책에도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란 왜곡된 내용이 버젓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중국은 지안 이외의 다른 지역 학생들까지 지안의 고구려 유적을 둘러보게 하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한 그릇된 역사를 각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지안 곳곳에 있는 다른 현판과 문화재 안내책자들도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란 내용으로 모두 바꿔 놓은 상황이었다.

7년 전 지안박물관 입장료가 3위안이었는데 지금은 50위안으로 껑충 뛰었다.

고구려 유적을 통해 경제적 이득까지 챙기려는 중국의 속셈이 느껴질 수 있는 대목들이다.

또한 중국에서 보면 벽지라 할 수 있는 지안에서 전국세무서장 회의가 열려 중국이 고구려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란 느낌을 강하게 대변하고 있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사진: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후 지안시 공공건물 곳곳에는 이를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지안임업' 청사에 걸린 플래카드 오른쪽은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환영한다'는 내용이며 왼쪽은 '청산녹수'는 천년 역사를 새기고 근로인민은 이를 만대 춘추에 기록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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