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승희 무용극 '사도성 이야기' 원본악보 첫 공개

남북한을 오가며 활동했던 가야금 산조의 명인

인 최옥삼이 곡을 쓰고 월북 무용가 최승희가 안무와 대본을 맡은 북한 무용극 '사

도성의 이야기' 원본악보와 편곡총보가 17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54년 평양 모란성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2년 뒤 영화감독 정준채가 연

출을, 최승희가 주연을 맡아 구 소련에서 남북한 최초로 컬러영화로 제작돼 큰 화제

를 모았다.

이 작품은 최승희의 칼춤과 군무 등과 함께 최옥삼의 음악으로 빚어진 동양발레

의 꿈이 실린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원본악보와 편곡총보는 자취를 감췄었다.

이번에 공개된 원본악보와 편곡총보는 그동안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정 감독

의 동생인 재외음악가 정 추(80)씨가 지난 56년 형으로부터 건네받아 지금껏 간직해

오던 진본이다.

정씨는 최옥삼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기념사업회가 구성된다는 소식을 지난봄

에 전해듣고 이를 기증하기로 결심하고 이날 광주를 방문, 작품을 공개했다.

광주 태생인 정씨는 "지난 46년 사진찍는 형을 따라 북에 올라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모스크바 유학까지 가 월북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게됐다"며 "많은 분들의 도

움으로 최옥삼 선생의 작품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게됐다"고 밝혔다.

신라시대 귀족의 딸과 어부가 왜적을 무찌르고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의 '사도성

의 이야기'의 원본악보는 50여쪽 분량으로 최옥삼의 친필로 써내려갔다.

악보와 함께 동봉된 정준채 감독의 서신이 최옥삼선생의 친필악보임을 밝히고

있으며 오케스트라 총보는 림근명의 이름으로 편곡돼 원본악보에 따라 악기별 악보

가 세세하게 지시돼 있다.

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남도대학 이승곤(한국음악학과)교수는 "영화필름으로

만 볼 수 있었던 사도성 이야기의 원본악보와 총보가 이번에 국내에 소개됨으로써

당시 북한 극음악을 상세히 파악하는 중요한 음악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씨로부터 원본악보를 기증받은 최옥삼기념사업회는 18일까지 장흥문화예술회

관에서 최옥삼.정 추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음악회에서는 '사도성의 이야기' 영화감상회를 비롯해 최옥삼, 정 추씨의 작품

을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음악가들의 실내악, 가야금, 대금 연주로 들을 수 있다.(연합뉴스)

사진:재외음악가 정 추(80.왼쪽)씨가 17일 광주를 방문, 남북한을 오가며 활동했던 가야금 산조의 명인인 최옥삼이 곡을 쓰고 월북 무용가 최승희가 안무와 대본을 맡은 북한 무용극 '사도성의 이야기' 원본악보와 편곡총보를 공개하고 악보 입수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