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캬라멜, 연양갱, 맛동산, 옥수수칩… .
종합선물세트의 '꿈의 품목'들이다.
한 가지 과자를 먹기도 힘들 때, 이 모든 과자들이 '종합적'으로 들어있는 선물세트를 받으면 거의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황홀했다.
뚜껑을 열면 소복이 담겨진 과자들. 정말 '종합 행복감'으로 치를 떨었다.
요즘 세상은 '멀티 모드'다.
컴퓨터도 '멀티 부팅'하고, 멀티 기능의 휴대전화에 '멀티 플레이어', '멀티 타이밍', '멀티 수업', '멀티 베이', '멀티 앵글'… . 다기능이 안 되면 무기능처럼 여겨질 정도. '멀티'만 들으면 '멀미'가 날 지경이다.
올 여름 영화에서도 '멀티'가 유행이다.
'반 헬싱'에는 납량괴물이 종합 출연했고, '투모로우'에는 해일과 한해, 트위스터 등 각종 재난이 인간을 엄습한다.
이병헌 주연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는 세 자매가 한 남자를 두고 다각적인 멀티 애정행각을 벌이고, 인터넷 작가 귀여니의 영화에서는 '몸짱' '얼짱' 들이 떼로 나온다.
'무간도3'는 홍콩 누아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이고, '슈렉2'에는 전편에 비해 훨씬 보강된 동화 속 캐릭터들이 총출연한다.
'시실리 2km'는 코믹, 액션, 호러, 갱스터 등 장르들이 복합적으로 혼재된 '멀티 장르' 영화다.
이번 주 개봉하는 '프레디 Vs 제이슨'은 '13일의 금요일'의 엽기 살인마 제이슨과 '나이트메어'의 프레디가 나와 질펀한 피의 대결을 벌인다.
잠을 자도 살인마가 나타나고, 깨어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
말 그대로 피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사지가 절단되고, 내장을 드러내는 스플레터 무비(피가 난무하는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외계생물체 공포의 최고봉인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마저 함께 나오는 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누가 이기든 인간의 미래는 없다'는 광고 문구처럼 인간의 무기로는 죽일 수도 없는 '궁극'의 가공함으로 인해 인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누구 대 누구' 식의 영화는 할리우드가 얼마나 아이디어가 빈곤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속편으로 우려내던 관습이 이제 두개의 영화를 합치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다.
'맛'으로 안 되면 '덤'으로 승부를 거는 꼴이다.
그러나 사이즈가 커지면 일찍 질리게 돼 있다.
'프레디 Vs 제이슨'도 공포의 증폭이 아니라, 장황한 코미디로 흐르면서 원작의 오싹함이 반에 반으로 반감된다.
코감기 목감기 기침감기까지 잡는 종합감기약의 몰골을 하지만 치명적인 PPA성분이 함유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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