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폴 주유소 `정유사 폭리`

무폴 주유소 "정유사 폭리"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급등한 것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의 가격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키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일반 주유소보다 훨씬 기름값이 싼 무폴(폴=상표), 복수폴 주유소가 대구에 속속 등장하면서 기름값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있다.

무폴, 복수폴 주유소들은 "가격담합에 의한 정유사들의 폭리를 막아 소비자들이 좀 더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유사와 폴주유소들은 "무폴, 복수폴의 '가격파괴'가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을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싼값에 기름 파는 주유소

대구 남구 봉덕동 남구청네거리부근에 3주전 개업한 ㅌ주유소는 SK.LG.S-oil.현대오일뱅크 상표를 단 다른 주유소들과 달리 브랜드가 없는 무폴 주유소로 18일 현재 휘발유 ℓ당 1천349원(카드할인가 1309원), 경유 ℓ당 889원(카드할인가 869원)으로 일반주유소보다 40~60원 이상 싼값에 기름을 판다.

이 주유소에는 최근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어 첫날 1천600ℓ에 불과했던 하루판매량이 현재는 6천500~7천ℓ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주유소측은 "무폴의 경우 해당 상표 정유사 제품만 취급할 수 있는 폴주유소와 달리 국내.외 모든 정유소와 거래가 가능, 가장 싼 기름을 선택적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소매가격 또한 싸다"고 말한다.

주유소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대구의 415개 주유소중 무폴은 모두 17개소이고, 상표 동시 부착한 복수폴 주유소는 24곳에 이른다.

이들 무폴, 복수폴 주유소들은 "국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 현재 국내 4개 정유소의 경유 공장도가는 950원대. 그러나 대구의 일반 주유소들의 경유 평균 판매가는 930원대에 불과하다.

'소매가'가 '도매가'보다 더 싼 기막힌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주유소 판매량이나 현금지급 여부 등에 따라 ℓ당 40원에서 100원까지 기름값을 할인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정유사들이 ℓ당 100원을 할인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정유사들은 작년 이맘때 ℓ당 750원대에 불과했던 경유 공장도가를 1년만에 200원이상 인상해 상당수 주유소들로부터 담합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는 무폴, 복수폴 주유소가 늘어나는게 당연하지만, 정유사들이 각종 서비스 혜택을 제외하겠다며 주유소가 경쟁사와 제휴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 생각보다 복수폴 주유소가 많지않다"며 "상표 표시가 전혀 없는 무폴 주유소 경우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영업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일반 주유소 "가격파괴일 뿐", 볼멘소리

정유사와 일반주유소들은 무폴, 복수폴주유소가 가격 파괴를 통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을 뿐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반 주유소들은 복수폴 주유소들의 '불법' 행위를 문제삼고 있다.

복수폴 경우 SK.LG 등 국내 정유사 상표와 함께 반드시 '논브랜드(nonbrand)' 마크를 부착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대구 남구 일대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지난달 석유품질검사소 단속 때 인근에서만 8개 주유소가 상표표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복수폴, 무폴에서 취급하는 논브랜드 제품은 품질이 형편없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대구 복수폴 주유소들의 상표표시 위반은 지난 한 해에만 100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정유사 폭리?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유사들이 기름을 팔면서 가격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유사들은 강한 부정을 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주유소에서 만난 LG정유 영업 관계자는 "기름값이 자꾸 올라 정유사들의 가격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달부터 특별소비세가 60원이상 올랐고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유소들의 담합행위는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시민들의 담합 제보 및 항의, 신고가 잇따르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두개입에서 더 나아가 실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린 가운데 최근 공정위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서는 휘발유.경유 등 주유소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수출용보다 평균 20%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