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여권의 과거사 규명공세에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친일문제 뿐만 아니라 친북.용공문제도 규명대상에 포함시켜 '포괄적으로' 과거사 규명을 해보자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당당하고 반듯하게 규명하라"고 말해 과거사 규명 과정에서 선친이 상처를 입을 가능성에 대해 상관않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동안 여권의 과거사 공세에 수세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박 대표가 이처럼 강공으로 나선 것은 우선 열린우리당이 신기남(辛基南) 의장의 사퇴를 발판으로 자신의 사퇴를 포함, 총공세를 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대표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여권의 과거사 공세가 자신의 낙마를 목표로 한 치밀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신 의장의 사퇴로 여권의 공세는 앞으로 한층더 집요해질 것이 분명하고 기존의 수세적 자세로는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것 처럼 비쳐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 참에 아예 맞붙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박 대표의 전면전 선언이 막무내가식 맞불놓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19일자 1, 3면 보도)에서 "신 의장 부친의 친일행적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소모적 정쟁으로 비쳐질까봐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여권쪽의 친일행적에 대한 자료를 상당부분 쌓아놓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즉 친일문제를 두고 전면전을 벌여도 결코 한나라당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규명대상에 친북.용공대상을 포함시키려는 구상 또한 여권을 궁지에 몰수 있는 호재라고 판단한 듯 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장인을 포함해 여권의 일부 고위 인사의 친족들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밝혀내면서 현 정부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시키면 과거사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같은 구상은 당초 의도와는 달리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다 앞으로 게속해서 정치권과 나라 전체가 '과거문제'에만 몰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큰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또 과거사 규명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물타기라는 의혹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가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과거사 정국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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