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초등교사 '女超'

힘이 장사인 오누이가 하루 안에 성 쌓기 내기를 벌였다.

지는 사람의 목이 베이는 힘 겨루기였다.

가슴이 타는 어머니는 딸에게는 뜨거운 팥죽을, 아들에게 식은 밥을 먹였다.

해질 무렵 오빠가 이겨 누이의 목이 베였다.

오빠는 나중에 정당하지 않은 싸움에서 이긴 사실을 알고 역시 목숨을 버렸다.

충청 이남에서 전해오는 '오누이 장수 설화'의 요지로 기성권력(어머니)의 남성(아들) 편들기의 한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요즘 여성들의 초강세 현상을 도처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용해 봤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선 모양이다.

이미 예상돼 온 문제지만,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초등교사 청일점(靑一點)' 시대가 올는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2004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교사 수는 모두 11만200여명에 이르며, 이런 증가세는 해마다 속도가 붙는 실정이다.

▲초등 여교사 비율은 1965년 이 통계조사가 처음 실시됐을 때만도 25.5%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이후 계속 늘어나 25년이 지난 90년에는 50.1%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지난해는 무려 69%로 올라섰다.

이 같은 현상은 교육대의 여학생 진학이 계속 늘어나는 데다 이직(離職)이 거의 없는 것도 그 초강세의 원인이라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여교사 일색'이라고 해서 교육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초등학교는 '가정의 연장'이라 할 수 있고, 이 시기 어린이들의 교사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이 점만 떠올리더라도 남.여 교사들이 고루 있는 분위기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게 어린이들의 정서를 조화롭게 형성시켜 가는데 바람직할 건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아무튼 초등학교 교사들의 성비(性比) 불균형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오누이 장수 설화'가 시사하는 바와 같은 비극은 배제될 수 있는 분위기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교사를 존경하는 분위기부터 되살아나야 하고, 처우와 인식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사는 나라의 장래를 결정짓는 막중한 책무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므로….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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