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기존 관행을 깨는 '반란'도 있지만, 해오던 관행을 답습하는 '구태'도 목격된다.
어쨌거나 구태에 대한 반란의 징조가 보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반란=장관 답변 준비를 위해 차출된 공무원들의 상임위장 떼거리 출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처가 크거나 예.결산과 같은 중요 현안을 다룰 때는 무려 수백 명이 상임위장 복도에 서성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란이 일어났다.
24일 감사원 세입세출 결산안 심의에서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은 대뜸 "통상업무가 없나요. 그리 많이 나와서 업무에 지장이 없나요"라고 다그쳤다.
본업인 감사업무를 내팽개치고 국회에 왜 왔느는 질책이었다.
김무성(金武星) 재경위원장은 25일 "앞으로 국장급 이상만 상임위에 배석하라"며 나머지 직원들을 모두 부처로 돌려보냈다.
되돌아가는 20여명의 과장급 이하 재경부 공무원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았다.
변화의 징조는 부처에서도 발견된다.
건교부는 향후 국회 출석 인원을 줄이기 위해 전자보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회 전산망과 정부 행정전산망을 연결, 부처 사무실에서 모니터로 장관 질의를 보고 답변을 작성한 뒤 장관 노트북에 답변 자료를 전송케 한다는 것이다.
◇구태=공무원의 늑장 자료제출은 달라진 게 없다.
24일 감사원 결산심의에서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이 유난히 화를 냈다.
한해 동안의 세입세출 용도를 따지는 자리지만 정작 자료제출은 하루 전날인 23일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의원과 보좌관이 하루 동안 자료를 뒤져 과다 이월이나 불용처리 및 전용 이유 등 돈씀씀이를 모두 규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겉핥기식, 두루뭉수리식 결산 심사가 될 뿐이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마찬가지. 국회 행자위는 25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했고, 법사위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로 입씨름만 벌였다.
또 통외통위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정부 대응책을 따지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당연히 한 해 동안 예산을 어디다 썼느는 결산 추궁은 간 데온데없었다.
여야 지도부가 "8월 국회를 결산 국회로 만들겠다"는 주장은 헛구호가 됐다.
국회 한 보좌관은 "국회 감시를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정부의 늑장 자료 제출에다 당리당략에 편승한 여야간 입씨름은 16대나 17대나 변함이 없다"며 혀를 찼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사진: 25일 열린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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