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이번 가을은 농부들 마음 위에서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데굴데굴 굴러가게 하라.

그리하여 섬돌 아래에서 사발로 줍게 하라.

튕겨낼 듯 댓가지 휘고 있는 가을 과일들도

그 꽉 찬 결실만 생각하며 따게 하라.

혹 깨물지 못할 쭈그린 얼굴이 있거든

그것은 저 빈 들녘의 허수아비 몫으로만 남게 하라.

더 이상 지는 잎에까지 상처받지 않고

푸른 하늘과 손잡고 가고 있는 길 옆 들국화처럼

모두가 시인이 되어서 돌아오게 하라.

김영남 '모두가 들국화 시인이 되게 하라'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어 잃어버린 시간 저 편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립다 그립다 편지 쓰고싶다.

모두가 들국화 시인이 된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정녕 그대가 시인이려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데굴데굴 굴러가서 사발로 줍는' 알밤으로 바꾸어 만져볼 줄 알아야 하고, 푸른 하늘과 손잡을 수 있는 높은 키의 꿈꾸기를 마음 깊이 간직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구부려 들녘 가득 향기를 만드는 청정한 들국화가 되어야 한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