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곳을 아시나요- 일제 침탈의 상처 '군사 동굴'

"일제 강점기에 남겨진 아픈 역사의 흔적인 일제의 군사용 동굴을 아시나요."

대구시 동구 봉무공원 앞쪽에 자리잡은 단산마을. 이 마을 왼편에 보이는 산자락의 절벽에는 우거진 수풀사이로 군데군데 동굴 입구가 눈에 띈다.

대구공항을 지나 팔공로를 따라가다 단산마을 인근 산자락 여기저기에 시커멓게 움푹 파인 동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높이와 폭이 각 2.5m 가량이고 길이가 15m에 이르는 16개의 동굴은 모두 사람의 힘으로 파낸 인공동굴.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무기와 탄약을 저장하고 방공호로 사용될 목적으로 한국인들을 강제동원, 만들어진 것. 제주도의 송악산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태평양 전쟁에 대비, 포대를 설치하기 위해 일제가 만들어 놓은 대형 동굴과 같은 것.

단산마을 최고령인 배충환(79) 할아버지는 "1944년부터 해방직전까지 동굴을 만드는 공사가 계속됐다"며 "동굴을 파내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징발된 광산 기술자들이 끌려왔으며 주민들 일부도 부역에 끌려가 고생을 해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초 동굴은 ㄷ자 형태로 내부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었지만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동굴 내부 군데군데 무너져 현재는 입구만 형태를 유지, 일제의 대구침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주민 고영욱(67)씨는 "동굴 내부 곳곳에 나무 버팀목을 대놓았지만 해방 직후 땔감을 구하기 힘든 주민들이 땔감으로 이용하면서 결국 동굴 곳곳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주민들과 일부 시민들만 알고 있던 이 동굴들은 지난 2000년 대구시가 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하고 지표조사를 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당시 지표조사에 나섰던 영남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너무 많은 인공동굴이 있어 이상히 여겨 살펴 본 결과 일제강점기때 강제노역으로 만들어진 방공호와 무기'탄약 저장고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본.중국에 의한 역사왜곡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아직 우리 산하 곳곳에 새겨져 있는 일제강점기의 상흔들을 돌아보며 우리 민족'국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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