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구시향과의 인연

1964년에 창단된 대구시향이 올해로 창단 40년을 맞았다.

나와 시향과의 첫 만남은 중학교 1학년(1966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급 경리였던 필자에게 음악선생님이 시향 연주회 표 판매를 맡겼고 남은 티켓을 선물로 주셨다.

고전 음악 문외한이었기에 시향 연주회 첫 참가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수차례 시향 연주회에 가보면서 음악 시간에 들었던 곡들을 접하자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처럼 반가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부터 자발적으로 객석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면서 40년간의 인생 추억이 시향 연주회와 얽히게 되었다.

초창기 연주회는 현재 시민회관 자리의 붉은 벽돌 건물인 KG홀에서 주로 열렸다.

공연 전에 먼지가 나지 않도록 물조리개로 물을 뿌리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초대 지휘자 이기홍 선생의 단정한 지휘 모습과 공연시 소란스러운 학생들을 따끔하게 타이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우종억 선생의 학구적인 지휘와 강수일 선생의 정열적인 곡 해석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이후 여러 어려움으로 위기에 빠진 시향을 박성완 선생이 맡아 단원 교육과 연주력 향상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의 라빌 마르티노프는 취임 후 동구권 레퍼토리를 지역 애호가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당시 시향의 연주는 두터운 관현악 울림과 슬라브 특유의 애수를 잘 표현해 청중을 매혹시켰다.

지난 8월초에 타계한 마에스트로 보구슬라브 마데이는 취임 후 베토벤 전곡 연주를 기획하여 1년에 걸친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시향의 연주력을 한층 더 탄탄하게 했다.

그 후에도 오스트리아 독일 정통 고전 음악에 많은 비중을 둬 관현악단의 음악적 기초를 확립했다고 생각한다.

2000년 12월 시향 송년회 때 시향 단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나와 시향과의 인연을 상징하는 기념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김일봉­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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