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것이 내 앞에 떨어지네
넓은 것이 내 두 발을 덮네
넓은 것은 하늘 바다 들판
또 강변 모래밭 무릉왕릉 금잔디
넓은 것은 影池의 물밑 그림자
그 흔들리는 침묵
그리고 홀로 서쪽으로 가는 마음, 빈터
넓은 것이 내 앞을 쓸고 있네
넓은 것이 슬픔도 없이 자꾸 퍼지네
넓은 것이 내려앉는 내 마음
나뭇잎 발자국 반 넘어 찼네
넓은 나뭇잎 위에 넓은 나뭇잎으로
천수백 년 전부터 넓은 것이 그런 것이
이진명 '넓은 나뭇잎'
아주 사적인 관점으로 이 시를 읽겠다.
내 시골집 마당 한 가운데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오동나무 잎은 하도 넓어서 빈집을 출렁출렁 가득 채우는 듯하다.
송찬호 시인 말대로 오동나무에는 바람이 들어있어서인지 그 넓은 잎은 잠시도 쉬지 않고 '슬픔도 없이 자꾸' 내 앞을 쓸고 허공을 쓸고 저녁노을을 쓸고 있다.
오동나무 넓고 푸른 잎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내 어머니를 느낀다.
어머니 가시고 나는 지금 '홀로 서쪽으로 가는 마음, 빈터', 어머니는 '천수백년 전부터 빈터를 채워주신 넓은 것이 그런 것'이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