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과거에서 교훈얻기

지난 1주일간 대구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 다녀왔다.

우리에겐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시 중심부에는 '평화공원'이 조성돼 수많은 관광객과 참배객이 찾고 있었다.

공원 안에는 위령비와 함께 그 당시 20만명(그 중 조선인 2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참상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와 유품을 전시하는 원폭자료관과 추모관이 세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놀란 건, 엄청난 양의 각종 자료들과 희생자들을 검색하여 인적사항과 사진을 일일이 찾아볼 수 있게 한 추모관이었다.

그뿐 아니라 시내 주요 장소들마다 알림판을 만들어 피폭 당시 사진과 내력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 서점에 들렀을 때도 눈길을 끈건 미나마타병(1960년대 수은이 함유된 폐수에 오염된 생선을 섭취한 일본 미나마타 지역주민들이 앓았던 공해병)에 관한 책들이 서가의 몇 줄 전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광경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미나마타학'이란 새로운 학문분야를 만들어냈다.

관련되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 종합적인 시각에서 연구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수많은 책들로 정리한 것이다.

바보스러울 만큼 자료와 기록 하나하나 모두 챙기고 사회적으로 축적하여 활용하는 일본 사회의 꼼꼼함과, 과거의 뼈아픈 실수와 지우고 싶은 기억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수없이 곱씹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그들의 자세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역사는 그냥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에서 기억과 기록을 끄집어내고 이를 정리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구지하철참사와, 사건 이후 한국 사회와 대구 사회의 반응에 대해 수많은 상념들이 떠올랐다.

아픈 기억은 빨리 잊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서글픈 우리들의 자화상이….허남혁·대구경북환경연구소 연구기획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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