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지시설 오죽하면 "성금 통사정"

독지가 올핸 아예 실종

경제 한파에 한가위의 '보름달 온정' 마저 얼어붙었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복지기관'단체에는 독지가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

이에 따라 복지시설들은 추석 음식과 선물 마련에 애를 태우고 있으며, 일부 복지시설은 후원을 기다리다 못해 특별 성금 운동에 직접 나서기도 하고 있다.

대구 서구 제일종합복지관은 소년소녀가장, 홀로사는 노인 등 지역의 불우이웃 200가구에 송편 및 과일 바구니를 선물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어 애를 태우고 있다.

당초 가구당 떡과 과일 등 2만원 상당의 선물을 계획했으나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도 아직까지 한명의 후원자도 나타나지 않은 때문이다.

정재호 복지관장은 "특별 모금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종교단체 4곳을 직접 찾아가 성금 모금 활동을 한 끝에 겨우 2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며 "추석 명절 성금이나 물품을 후원받아본 적이 오래돼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온정의 손길이 그립다"고 말했다.

복지 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애인 시설인 자유재활원의 경우 예년에는 이맘때쯤이면 적어도 매일 한팀 정도씩이 생필품이나 성금을 준비해 찾아왔으나 올해는 이제까지 방문한 팀이 고작 한 곳인데다 방문하겠다는 연락도 역시 한 곳밖에 없는 실정이다.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보호하는 시설인 대성원도 추석 당일 음식 준비에 신경쓸 정도일 뿐 아이들 간식이나 생필품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는 아이들의 기저귀나 분유, 간식 등을 준비해서 찾아와 놀아주는 독지가가 간혹 있었으나 이제는 뚝 끊긴 것.

또 동구 진인동의 노인시설 '붓다의 집'에는 지금까지 들어온 후원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급된 1인당 1만원의 위로금이 전부이며, 아동시설인 '신애보육원' 역시 대구 서구청에서 위문품을 들고 찾아오고 국세청 직원들이 조만간 방문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 외에는 후원의 손길이 뚝 끊겼다.

신애보육원 김현숙 사무국장은 "IMF직후에도 적은 금액이지만 후원금을 내 놓는 독지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작은 정성들마저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어려운 시민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도움을 받는 것도 민망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우이웃 돕기 성금도 해마다 줄어 IMF 직후인 지난 99년 대구지역에서 모금된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은 1억5천만원에 달했지만 2000년 8천여만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모금액은 2천여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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