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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거나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위인전이나 명작동화 시리즈를 턱하니 안겨주는 그런 촌스러운(?) 부모는 되지 말자고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촌스러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동네에는 맘 편하게 책을 고를 서점이 없고, 대형서점에 간다면 혹시 번잡한 곳에서 아이나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어 책을 고르기는커녕 아이만 쳐다보게 될 것이다.

요즘은 도서관마다 부모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열람실을 따로 마련해 둔다.

하지만 얼마 전 찾은 한 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은 실망하기에 충분했다.

어디선가 기증을 받은 것인지 필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판형의 조악한 책들부터 그나마 찢어지거나 낙서가 되어 있는 책들이 너무 많았다.

정확한 분류체계 없이 마구 꽂혀 있어 책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며칠 전 우리 부부는 그림책 한 질을 사면서 촌스러운 부모 대열에 전격 진입하고 말았다.

한동안 어느 방송사에서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삼은 도서관들이 전국에 여러 곳에 만들어지거나 예정지로 확정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대구의 어느 한 지역도 선정되어 '기적'이 일어날 뻔했는데 그 방송이 종영되고 그 기적의 꿈도 함께 종영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했다.

정말 열 번이라도 벌어졌으면 하는 기적이었건만 그 한 번의 기적도 이루지 못한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못내 아쉽다.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수있는 기본 권리마저 여전히 '기적'의 범주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허남혁·대구경북환경연구소 연구기획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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