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근교 도시림(都市林)의 전반적인 관리 및 육성방안에 대한 초(超)장기 '청사진'을 내놨다.
이달초 내놓은 '산림 수종경신(樹種更新) 100년계획'이 그것. 과연 100년짜리 계획이 연속성을 갖고 지속될 수 있는가는 의구심과는 별개로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해오던 숲에 대해 시가 적극적으로 '손'을 대겠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관련 임학자들은 이름만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신중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수종 교체냐' '나무 가꾸기냐'를 놓고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숲 100년 계획, 왜 필요한가?
이번 산림 수종경신 계획은 지난 3월 초 조해녕 대구시장이 도시인근 숲 전반에 대한 '산림녹화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본격 추진됐다.
대구시의 경우 시내에 많은 녹지와 수목들이 조성됐으나 정작 도시근교 숲에는 수목의 양만 많았지 숲의 특성이나 위치에 따라 적정한 수목관리가 없었다는 취지에서다.
'심는 위주'에서 '알맞게 배치하고 가꾸는' 위주로 수목관리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
대구시 녹지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도시 근교림에 대한 관리는 간벌차원에서의 솎아주기와 산불이 난 지역에 새로 나무를 심는 식목 작업 등에 그치는 형편이었다"며 "현재 양호한 산림도 가꾸지 않을 경우 자원으로서의 가치와 기능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시 근교림의 경우 연료림(화목·火木)으로 조성된 리기다 소나무와 아카시아, 오리나무, 낙엽송 등 장래성이 약한 수종이 상당수를 차지해 특색이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을 차지하는 히말라야시더는 뿌리가 약해 재해에 취약하다는 것. 대부분 임목의 평균 수령도 30년 정도여서 지금부터 가꾸지 않으면 산림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전반적으로 많은 나무들이 수종에 관계없이 뒤섞여 있는데다 지나치게 빽빽이 심어져 생육에 지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이번 계획 추진을 통해 현재의 숲을 '산림 휴양공간', '레크리에이션 공간', '자연정화공간' 등 특색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이를 관광 인프라할 뿐 아니라 환경정화 기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하고 특색있는 숲'으로
이번 수종경신 100년 계획은 '사람과 숲의 상생·공존'을 최종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산과 계곡 등 산세 좋은 곳은 운치있는 '풍치림'과 '휴양림'을 새로 심어 나가고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이 들어선 곳은 조림을 하는 한편 단일 종의 수목이 집중된 곳은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리게 할 것"이라고 개략적인 방향을 밝혔다.
이번 계획의 대상은 대구시 전체면적의 56%에 달하는 팔공산, 비슬산, 앞산 등 4만9천598ha(사유림 92%)에 이르는 임야 전반이다
대구의 임야를 수종별로 살펴보면 소나무가 단일 수종으로는 천연·자연림 분야에서 가장 많은 1만8천750ha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공조림 분야에서는 아카시아(1천250ha), 리기다 소나무(511ha), 잣나무(769ha), 낙엽송(757ha) 등의 순이다.
임상별로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혼효림(2만2천562ha)이 가장 많고 침엽수(2만948ha), 활엽수(5천850ha) 순이다
시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답사나 항공사진 촬영을 통해, 전체 산지를 '수종보존지역'과 '수종 경신대상지'로 구분해 선정, 매년 100분의 1씩 점차적으로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2006~2017년을 '1단계 수종갱신 기간'(제5차 산림기본계획 기간), △2018~2030년을 '2단계 수종갱신 기간'(산림 육성.관리를 위한 장기비전 마련)으로 추진하고 △2100년까지는 이 같은 성과를 지속시켜 나간다는 것.
시는 이를 위해 산림지리정보 시스템(GIS)을 우선 구축하는 한편 이러한 내용을 내년 3월쯤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들
이번 수종경신 100년 계획은 시작부터 몇 가지 상황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
광대한 산림면적을 정밀하게 수종보존지역과 수종경신대상지로 나누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 어떤 기준으로 삼을지가 우선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임야의 92%가 사유림인데 산주(山主)를 설득하는 일이 가능한지, 아카시아림을 다른 수종으로 교체할 경우 양농 농가의 반발은 어떻게 무마할지, 기후 온난화에 따른 산림 생태계의 장기적인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는지 등이 모두 관건이다.
임학자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영남대 자연자원학부 이도형 교수는 "도시와 가까운 도시림은 공원과 같은 맥락에서 휴양과 학습기능을 고려,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임학과 홍성천 교수는 "사유림의 면적이 절대적인 만큼 전면 수종경신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천연림, 자연림, 수림이 양호한 인공림을 계획적으로 육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대 생명환경학부 류장발 교수는 "인위적인 조림보다는 현재 숲을 가꿔 나가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며 "다만 기존의 침엽수 위주 보다는 천연 경신이 가능한 참나무가 경제적"이라고 제안했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계획추진에 앞서 현재 녹지 총량에 대한 조사, 식생 현황 등을 도식화한 '녹색백서'를 제작하는 등의 사전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자칫 졸속으로 흐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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