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 국제영화제 찾은 량챠오웨이

지난 7일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배우는 한국배우가 아니었다.

이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량차오웨이(양조위·42). 마흔을 훌쩍 넘긴 그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한국 여성팬들의 마음을 쏙 빼놓는 것일까. 8일 오전 부산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순수한 소년 같았다.

우수에 찬 눈, 부드러운 표정에다 특유의 예의바름까지, 그의 마르지 않는 인기비결이지 싶다.

(비록 인터뷰 내내 그윽한 눈빛은 부담이었지만)

한국팬들이 끊임없이 당신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뭔지 물어봤다.

"아마도 자주 오기 때문일 거에요. 하하."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매년 한 번 이상은 한국을 향한다.

"한국에 오면 편합니다.

사람들이 정이 넘치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높지요. 그래서 자주 오게 되나봐요."

이번에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신작 '2046'을 들고 방문했다.

사람들은 흔히 그를 비극에 어울리는 배우로 꼽는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다르다고 했다.

"이번 역은 배우로서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주로 버려지고 상처받았던 지금까지의 배역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상처를 주는 역할이지요. 남자로서는 흥미로웠지만, 배우로서는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

그는 '화양연화'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영웅'은 최근 미국에서 호평을 얻는 등 '토니 룽'이라는 그의 영어식 이름이 갈수록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잇단 러브콜에 대해 그의 대답은 여전히 'No'다.

"할리우드는 동양배우의 캐릭터를 제한합니다.

제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요. 한국에서 부른다면 모를까…."

만약 한국 영화에 출연한다면 어떤 여배우와 함께 연기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요즘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훌륭한 여배우들이 많아요. 저는 무척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번 영화처럼 모든 한국 여배우를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영화가 딱이겠죠. 후후."(2046에서 그는 공리, 왕페이, 장쯔이, 장만위 등을 혼자 상대한다) 이 욕심 많은 배우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한국팬들을 환호하게 만들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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