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여름 그 강렬하던 햇볕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던 풀잎과 나무들이 이제는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듯 저마다 갈 길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의 커다란 질서에 순응하며 다시 한 번 그 치열했던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알곡이든 쭉정이든 거두어 다시 일 년의 삶을 마감할 때이다
동서양의 수많은 시인들이 노래했듯이, 가을은 삶과 죽음이, 만족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기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불태우는 단풍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힘겨워 보인다.
가을에 되돌아보는 일 년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올해만은 꼭 잘 살아 봐야지 하고 굳게 다짐하며 시작했던 일 년의 계획은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의 삶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인생 열차는 어느덧 또 하나의 정거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들의 얼굴에는 중년 혹은 노년의 삶의 주름이 또 하나 드리워지게 된다.
지난여름 찬란했던 청춘의 야망은 이제 가슴 속에 추억으로 남은 채 조금씩 타들어간다.
참으로 길고 힘든 여름이었고, 지쳐서 주저앉고 싶은 힘든 나날이었다.
세월의 무게는 자꾸 커져서 우리는 한없이 작아지고, 밤에 문득 잠을 깨면 앞으로 남아 있는 삶이 얼마인가 세어보고 놀란다.
이제 새롭게 맺을 인연도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슬픔에 잠긴다.
그러나 어찌 할 것인가. 우리들이 아직도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저 파란 가을하늘을 쳐다볼 수 있고, 투명한 햇살 속에 반짝이는 코스모스를 바라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어느 낯 모르는 독자 분께서 김광섭 시인의 '가을이 서럽지 않게'라는 시를 보내왔다.
정말 이 가을이 서럽지 않게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허상문(영남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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