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경제회복, 철새에게 배우자

얼마전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데 그 프로그램 진행자가 철새들간의 협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 주었다.

북유럽에 겨울이 찾아오면 스웨덴을 떠나 지중해를 건너고 아프리카 사막을 넘어 아프리카 중남부까지 이동하는 철새들의 얘기였다.

평소엔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는 큰 새들과 작은 새들의 무리이지만,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긴 여정에서는 이들 새들 무리간에 서로 도와가며 어려움을 헤쳐나간다고 한다.

참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어떤 새들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궁금한 나머지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검색어로 과연 그런 새들이 무얼까 찾아보았다.

철새, 스웨덴 철새, 철새와 협력, 그리고 심지어 비슷한 영어(migrating bird in Sweden)까지 아는 대로 총동원하여 찾아 보았지만 아쉽게도 딱 맞아 떨어지는 새들 얘기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철새들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일년에 남극에서 북극까지 2만 마일 이상의 여정을 왕복하는 새에 대한 이야기며, 새들이 어떻게 방향을 잡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지,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날아가는 방식은 어떤지 하는 온갖 내용들이다.

여러 곳에서 찾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새들은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면 에너지를 비축하여 장거리 이동에 대비하고,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자기장 지도'를 통해 이동 방향을 정하고, 이동 중에는 V자 대형 유지 등에서 보듯이 조직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날아가는 모습도 그저 꾸준히 날개 퍼덕거려 날아가거나, 날갯짓과 활강을 반복하거나, 상승 기류를 이용하거나 새들 종류별로 자기나름의 다양한 방식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영어 표현에 bird's brain이라는 말이 있다.

'새의 두뇌' 정도밖에 안된다는 의미이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철새들의 이런 모습은 그저 경외로울 따름이다.

비록 추위라는 공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원수처럼 지내다가 한시적으로 협력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일 수밖에 없을지라도 어쩜 지금의 우리네 인간들보다 더 현명하다 싶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 우리 나라 경제의 앞날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조짐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천정부지로 오른 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앞으로 수입은 늘어날 추세이다.

반면 올해 경제를 떠받쳐 왔던 수출은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여 대외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공백을 내수 증가가 메워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런데 그동안 민간 소비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가계부채와 신용카드 문제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긴 하지만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축인 자산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급격한 소비 회복은 어렵다고 본다.

여기에 투자도 획기적인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움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경제의 어려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들이나 연구기관들이 4%대 성장률을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가까이 중국이나 일본 등을 비롯하여 주변 국가들은 꾸준한 회복 내지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나라 경제의 상대적인 부진은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국민적 컨센서스(합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총체적인 노력의 경주보다는 자신이 속한 이해 집단의 틀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사정이 한데 어울려 지혜를 모아보고 정책 당국도 경제 회복을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어딘지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우리 나라 경제에 진짜 겨울이 오기까지 시간이 아직 남았다고 하더라도,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

추위를 피해 지구를 가로질러 먼 남쪽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에너지의 비축이 지금부터라도 필요한 때이다.

생존을 위한 마이그레이션(이동)에는 적군, 아군의 싸움을 접고 모두가 동참하여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그동안 우리가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들 경제에 맞는 날갯짓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시적인 '오월동주'에 그치더라도 어떻게든 겨울은 벗어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정해왕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